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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스크린에서 숨긴 것들/지브리 스튜디오

토토로 : 단편영화 『메이와 고양이버스』가 추가한 고양이버스의 새로운 설정들

by blade 2026. 4. 10.

영화: 이웃의 토토로 / 단편: 메이와 고양이버스(2002)


『이웃의 토토로』(1988)에서 고양이버스는 단 한 마리였다. 14년 뒤 지브리 미술관 전용 단편 『메이와 고양이버스』(2002)는 그 설정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 고양이버스는 혼자가 아니라 크기와 역할이 다른 종족 전체가 존재하는 생물이었고, 그 종족의 일부는 산 자의 세계가 아닌 곳으로 향한다.


고양이버스는 '종족'이다

원작 『이웃의 토토로』에서 고양이버스는 단독 개체로 등장한다. 같은 종류의 존재가 둘 이상 나오는 장면은 없다. 반면 『메이와 고양이버스』에서는 크기와 형태가 서로 다른 고양이버스 다수가 숲으로 집결하는 장면이 나온다.

고양이버스의 본체는 탈것으로 변신한 바케네코(化け猫)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로망 앨범 『이웃의 토토로』 인터뷰에서 직접 이렇게 밝혔다. "예전에는 가마(駕籠)로 변신했지만, 버스가 생기자 버스를 흉내 내기 시작했다. 일본의 신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이 설정은 원작부터 존재했지만, 바케네코가 종족 단위로 등장하는 것은 단편이 처음이다.


새롭게 추가된 세 가지 형태

단편에서 처음 등장하는 고양이버스 형태는 세 종류다.

고양이버스 새끼(코네코버스): 메이 혼자만 탈 수 있는 소형 개체다. 작중에서 메이가 "버스고양이, 작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원작의 고양이버스(다리 12개, 좌우 6쌍)를 이미 본 적 있는 메이이기에 나올 수 있는 대사다. 코네코버스의 다리는 좌우 3쌍, 총 6개로 성체의 절반이다.

고양이열차(네코레샤): 2량 편성 규모의 대형 개체로, 지붕에 마름모꼴 집전 장치(판타그래프)가 2개 달려 있다. 다리는 좌우 18쌍, 총 36개다. 외형이 열차에 가깝지만 설정상 고양이버스의 일종이다.

고양이 할머니(네코바아쨩): 호화 여객선 규모의 초대형 개체다. 토토로도 고양이 할머니 앞에서 경의를 표하는 장면이 나온다. 행선지 표시판에는 '풍정토(風浄土, 카제죠도)'라고 적혀 있다. 단편에서 고양이 할머니는 검은 토토로(오바케 토토로) 무리를 태우고 하늘로 날아오른다.


'풍정토(風浄土)' 행선지가 의미하는 것

원작 고양이버스의 행선지는 '메이', '칠국산 병원', '토토로' 등 현실 지명이나 고유명사였다. 단편에서 처음 등장하는 '풍정토'는 현실에 없는 장소다. '정토(浄土)'는 불교 개념에서 사후 안식처를 가리키며, '풍(風)'은 미야자키가 덧붙인 조어다. 단순한 사후 세계가 아니라 바람의 정령들이 돌아가는 안식처라는 뉘앙스다.

이 행선지는 구조적으로 중요한 지점이다. 원작에서 고양이버스는 이동 수단이었다. 단편의 고양이 할머니는 검은 토토로들을 태워 현세 너머로 데려간다. 고양이버스가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니라 영적 안내자 역할을 한다는 설정이 '풍정토' 한 단어로 성립된다.


설정 확장의 구조

원작 『이웃의 토토로』에서 고양이버스는 이 세계에 하나뿐인 특수한 존재처럼 보인다. 단편 『메이와 고양이버스』는 그 전제를 세 단계로 바꾼다. 첫째, 코네코버스의 등장으로 고양이버스에 생물학적 성장 개념이 생긴다. 둘째, 다수의 고양이버스가 집결하면서 종족 단위의 공동체가 확인된다. 셋째, 고양이 할머니와 '풍정토' 행선지를 통해 이들이 현세와 영적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까지 담당한다는 것이 드러난다. 14분짜리 단편이 기존 장편의 세계관에 새 레이어를 쌓아올리는 방식이다.

아쉬운 것 하나는 이 단편 영화는 일본에 있는 지브리 미술관에 직접 가지 않으면 볼 수 없다. 게다가 지브리 파크와도 거리가 꽤 되서, 당일치기 여행으로는 두 곳 모두 구경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브리 파크만 해도 여유있게 보려면, 꼬박 하루는 잡아야한다.

 

어느 분이 유튜브에 올려놓으셨다. 영화는 아니고, 책을 챕쳐본인듯.

https://www.youtube.com/watch?v=_fc53iCrBP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