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만 주구장창 보던 생활을 일단 멈추기로 했다. 다시 자판을 두드리는 건, 단순히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기보다 일종의 '탈출'에 가깝다.
영상이 주는 피로감이 한계치에 다다른 것 같다. 내가 왜 다시 이 적막한 글쓰기 판으로 돌아왔는지, 스스로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다.
1. 유튜브, 너무 느리고 금방 날아간다
유튜브는 지식을 흡수하기에 효율적인 매체인 척하지만, 사실은 너무 느리다. 5분이면 읽고 이해할 내용을 10분, 15분짜리 영상으로 보고 있어야 한다. 광고며 인트로며... 정작 알맹이는 몇 분 안 되는데 그 시간을 견디는 게 고역이다.
게다가 휘발성이 너무 강하다. 영상을 끝까지 보고 나면, 막상 내 머릿속에 남는 건 파편화된 이미지뿐이다. '아, 그런 게 있었지' 하고 영상과 함께 기억도 증발해 버린다. 반면 글은 내가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다시 읽고 싶을 때 읽을 수 있다. 내 속도에 맞춰서 씹어 삼키지 않은 정보는 결코 내 지식이 될 수 없다는 걸 이제야 절감한다.
2. 무엇보다 그놈의 '목소리'들이 너무 거슬린다.
조회수 하나라도 더 올리려고, 억지로 텐션을 끌어올린 자극적인 하이톤의 목소리, 정보 전달력을 높인답시고 배속 조절을 해서 기계처럼 변해버린 변조된 목소리들...
스피커 너머로 들려오는 그 인위적인 소리들이 신경을 긁을 때마다 스트레스가 쌓였다. 귀가 피곤하니 뇌도 같이 지친다. 차라리 아무 소리도 없는 정적 속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 이 공간이 훨씬 편안하다. 누군가의 가공된 목소리를 강제로 듣는 게 아니라, 내 안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문장을 고르는 이 시간이 비로소 휴식처럼 느껴진다.
3. 가성비 최악의 노동, 영상 제작
사실 나도 유튜브 쇼츠 영상을 200개 가량 만들어서 올려보긴 했다. 그런데 이게 참... 가성비가 안 나와도 너무 안 나온다. 기획하고, 수십 번 돌려보며 컷 편집하고 자막 넣고... 결과물을 내놓고 나면 현타가 진하게 온다.
투입한 시간에 비해서 결과물이 너무 옹졸하다. 쏟아부은 노력은 태산 같은데, 막상 나온 건 고작 몇 분짜리 파편화된 영상 하나뿐. 그마저도 며칠 지나면 알고리즘의 파도 속에 묻혀버린다. 그 시간에 글을 썼다면 내 생각의 뼈대를 훨씬 더 단단하게 세웠을 텐데. 들이는 공에 비해 내면이 채워지는 느낌이 전혀 없다.
다시, 나만의 속도로
영상은 남이 보여주는 대로 따라가야 하지만, 글은 내가 읽는 만큼 넓어진다. 자극적인 영상들이 판치는 세상이지만, 나는 조금 느리고 투박하더라도 이곳에 내 생각을 꾹꾹 눌러 담아보려 한다. 예전에는 모든 글자를 내 손으로 직접 타이핑해야했지만, 이젠 화두만 AI에게 던지고, 글을 쓰게 맡기니까, 노력도 별로 들어가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