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의 구조: 원작과 영화가 공유하는 전제
원작 소설 『마녀의 택배』(카도노 에이코, 1권 1985년 초판)와 지브리 영화(1989) 모두 기본 전제는 동일하다. 마녀는 13세가 되면 마녀가 없는 마을을 찾아가 1년 동안 홀로 살아야 한다. 이것은 두 작품이 공유하는 설정이다. 차이는 기간의 유무가 아니라, 그 1년이 끝난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에 있다.

원작에서 마녀 수행의 본질은 통과의례이자 이주다. 키키의 어머니도 13세에 날아와 현재의 마을에 뿌리를 내렸다. 즉 원작의 관습은 수행 후 귀환이 아니라,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그곳에서 마녀로 살아가는 것을 전제로 한다.
원작: 1년 후에도 코리코에 머문다
원작 1권 말미에서 키키는 코리코 생활 1년째를 맞이하며 고향에 편지를 보낸다. 이것이 수행의 종료가 아니라 정착의 확인이다. 이후 키키는 코리코를 떠나지 않는다.
2권(1993)에서 코리코 2년차의 키키가 마녀로 계속 살아갈지 고민하는 내용이 그려지고, 3권(2000)에서 16세, 4권(2004)에서 17세, 5권(2007)에서 19세의 키키가 계속 코리코를 기반으로 생활한다. 완결편인 6권(2009)에서는 키키가 톰보와 결혼해 두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있다. 딸 니니와 아들 토토 중, 13세가 된 니니가 다시 마녀 수행을 위해 떠나는 장면이 그려지며 소설은 수미상관 구조로 끝맺는다. 키키가 13세에 코리코로 날아온 것처럼, 이제 다음 세대가 같은 관습을 이어간다. 원작에서 코리코는 수행지가 아니라 키키가 평생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다.

영화: 성장의 과정을 그리고 멈춘다
영화는 1권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각색했고, 결말 처리는 원작과 다른 방향을 택했다. 톰보 구출 이후 엔딩 크레딧에서 배달을 재개한 키키, 늘어난 친구들, 톰보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하늘을 나는 장면이 이어진다. 마지막은 키키가 부모님에게 보내는 안부 편지다. 포스터에도 인용된 그 편지의 내용은 일본어 원문 기준으로 "낙담하거나 슬럼프에 빠지기도 하지만, 저는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뜻이다.

영화는 여기서 끝난다. 1년 수행이 끝난 뒤 키키가 코리코에 남는지, 아니면 고향으로 돌아가는지에 대한 대사나 장면은 없다. 코리코의 일상이 안정적으로 그려지므로 정착을 암시하긴 하지만, 그것은 명시가 아니라 분위기다.
포스터 문구이기도 한 그 편지의 일본어 원문(おちこんだりもしたけれど、私はげんきです)은 단순한 안부 인사가 아니다. 마법을 잃고, 슬럼프에 빠지고, 그럼에도 다시 날아오른 키키의 1년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다. 영화가 말하려는 것이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버텼느냐'라는 점이 이 문장에 집약돼 있다.
이 열린 결말은 선택이다. 영화가 집중한 것은 1년의 성장통, 즉 마법을 잃고 되찾는 과정이다. 수행의 결과보다 과정 자체가 영화의 주제다. 그래서 미야자키는 '1년 이후'를 답하지 않는 방식으로 끝냈다.
두 작품이 갈리는 지점
원작은 키키의 일생을 그린다. 13세의 수행에서 시작해 결혼, 자녀의 성장까지 코리코를 무대로 삼는다. 마녀 전통이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구조가 소설 전체의 뼈대다.
영화는 사춘기 성장 서사에 집중한다. '마법을 잃는다'는 설정은 원작 소설에 없는 내용이고, 미야자키가 각색 과정에서 추가한 것이다. 원작자 카도노 에이코는 제작 초기 이러한 각색에 강하게 우려를 표했고, 미야자키와 여러 차례 논의 끝에 제작이 진행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고 카도노는 "이것은 별개의 작품이네요"라고 말했다. 이 말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원작의 밝고 경쾌한 성장 서사가 영화에서 갈등과 상실을 통과하는 독립적인 성장기로 변한 것에 대한 복합적인 반응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입장
미야자키의 발언은 세 갈래로 정리된다.
첫째, 제작 의도다. 미야자키는 함께 일하는 여성 스태프들이 시골에서 도쿄로 와서 자립해 애니메이터로 일하는 모습을 관찰해서 만들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의 출발점이 마녀 설정이 아니라 현실 속 젊은 여성의 자립이었다는 뜻이다. 원래 감독은 조감독 카타부치 스나오였다. 카타부치는 원작에 좀 더 충실한, 담백한 성장 서사를 구상했다. 그런데 미야자키가 감독직을 맡으면서 노선이 바뀌었다. 미야자키는 '마법을 잃는 슬럼프'라는 오리지널 설정을 추가하고 사춘기 소녀의 통과의례에 서사의 무게를 실었다. 이 작품이 사춘기 성장에 초점을 맞춘 작품이라는 판단 아래, 카타부치 초고에 있던 대규모 액션 요소는 걷어냈다.
둘째, 원래 엔딩은 지금과 달랐다. 미야자키가 처음 구상한 결말은 청어파이를 굽는 장면의 할머니에게 선물을 받고 키키가 감명을 받는 담담한 엔딩이었다. 지브리 스태프 전원이 만족한 결말이었다. 여기에 프로듀서 스즈키 토시오가 관객에게 볼거리를 더 제공해야 한다고 설득해 비행선 구출 장면이 추가됐다.

현재 관객이 보는 클라이맥스는 미야자키의 원래 구상이 아니다. 미야자키가 원했던 결말은 키키가 조용히 일상으로 복귀하는 장면이었다.
셋째, 각색에 대한 사후 입장이다. 미야자키는 훗날 인터뷰에서 원작자가 키키를 시리즈로 계속 쓸 예정이었는데, 영화에서 결론을 내버린 것처럼 그려지고 각색을 많이 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을 것이 있다. 영화가 개봉한 1989년 시점에 원작 2권은 아직 출판되지 않았다(2권 출판은 1993년). 미야자키의 사과는 "2권 이후가 나왔는데 우리가 그걸 무시했다"는 뜻이 아니다. 카도노가 시리즈를 계속 집필할 예정이라고 미야자키에게 밝힌 상태였고, 그걸 알면서도 영화가 키키의 성장을 한 편 안에서 완결된 서사로 종결지어버린 것에 대한 미안함이다. 원작자가 천천히, 여러 권에 걸쳐 열어두려 했던 이후의 시간을 영화가 닫아버린 셈이다.
종합하면, 미야자키의 관심은 처음부터 '1년 수행 후 어디로 가는가'가 아니라 사춘기 자립의 내면 과정이었다. 영화의 열린 결말은 의도적으로 설계한 여백이라기보다, 성장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삼은 서사가 자연스럽게 만들어낸 결과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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