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가 직접 말한 것
미야자키 하야오는 붉은 돼지(1992)에 대해 몇 가지를 직접 언급했다.
첫째, 제작 의도에 관해 "지쳐서 뇌세포가 두부가 된 중년 남자를 위한 만화영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자기 자신을 위한 영화라는 말이다.
둘째, 주인공 마르코 파곳은 "중년의 자신을 투영한 인물"이라고 직접 밝혔다. (학술지 『일본근대학연구』 53호, 김화영, 2016)
셋째, 완성 직후 인터뷰에서 "위장색이란 게 있잖습니까. 가까이서 보면 색이 제각각 나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멀리서 보면 한 가지 색으로 보이죠. 지금 그런 느낌입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작품 전체가 일관된 주제를 담고 있다는 발언이다.
그러나 '왜 하필 1930년대 파시즘 체재 하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설정했는가'에 대한 직접적인 발언은 현재 공개된 자료에서 확인되지 않는다.
배경이 바뀐 계기는 따로 있다
원작은 미야자키가 월간 『모델 그래픽스』에 연재하던 「비행정 시대」다. 초기 기획은 일본항공(JAL) 기내 상영용 단편이었고, 배경도 이탈리아가 아닌 크로아티아(구 유고슬라비아) 쪽 아드리아해였다.

이 단편 만화는 어떤 분이 블로그에 올렸다. 궁금한 분들은 아래 링크 클릭.
붉은돼지 - 비행정시대 1화
>>> 읽는 방향 >>> '미야자키 하야오의 잡상노트' 라는 책에 있는 단편 만화입니다.영화 붉은돼지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죠.총 15페이지 3화로 되어있는 짧은 단편입니다.재밌게 봐주세요
mobsi.tistory.com
기획이 바뀐 건 1991~1992년 무렵이다. 유고슬라비아 내전이 터지고 소련이 해체되는 걸 지켜보면서 미야자키는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배경을 이탈리아로 옮기고, 단편을 90분짜리 장편으로 키웠다. 이 과정에서 '군국주의에 물들어가던 1930년대'라는 시대 설정이 본격적으로 들어왔다.
즉 1930년대 파시즘 배경은 처음부터 계획된 게 아니라, 실제 현실의 전쟁을 보고 수정된 결과다.
말하지 않은 것을 채우는 맥락
미야자키는 파시즘 배경 선택의 이유를 직접 설명하지 않았지만, 그의 이력에서 몇 가지가 읽힌다.
그는 군수 공장 지배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 공장이 전투기 부품을 만들었다. 비행기를 동경하며 자랐지만, 나중에 그 비행기가 전쟁 수단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비행기는 아름답지만 앞잡이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저주받은 꿈입니다"라는 발언이 이 맥락에서 나온다. (그의 유년 시절은 지브리의 작품인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또다시 투영된다)

1930년대 이탈리아는 이 '저주받은 꿈'을 다루기에 적합한 무대다. 비행기가 낭만적이던 시대이자, 동시에 무솔리니의 파시즘이 확산되던 시대다. 비행과 전체주의가 공존하는 시대적 모순이 마르코 파곳이라는 캐릭터와 맞아떨어진다.
정리
미야자키가 직접 밝힌 건 주인공이 자신의 투영이라는 것, 중년을 위한 낭만주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것, 그리고 작품 완성 후 자신의 작품 전체가 일관된 주제를 가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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