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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AI가 경제를 부수면, 어디에 돈을 넣어야 할까

by blade. 2026. 2. 24.

 

시트리니 리서치의 "2028 글로벌 지능 위기"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정리한 자산별 투자 분석


이 글의 출발점

Citrini Research가 최근 흥미로운 글을 하나 올렸다. 제목은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형식은 2028년 6월에 쓰인 가상의 매크로 메모다. 예측이 아니라 시나리오 훈련이라고 명시했지만, 내용은 꽤 날카롭다.

핵심 질문은 하나다.

AI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잘 된다면, 그게 오히려 경제에 독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시나리오 요약: "Ghost GDP"의 등장

가상의 2028년 6월, 미국 실업률은 10.2%다. S&P 500은 고점 대비 38% 하락.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2년이다.

순서는 이렇다.

AI 성능이 올라간다 → 기업이 화이트칼라 인력을 줄인다 → 마진이 늘어 주가가 오른다 → 아낀 인건비로 AI를 더 산다 → AI 성능이 또 올라간다

문제는 이 루프에 브레이크가 없다는 점이다.

GDP 수치는 올라가는데 실물경제는 위축된다. 생산성은 폭발하는데, 그 과실이 노동자가 아닌 컴퓨팅 자원 소유자에게만 흘러간다. 기계는 소비를 하지 않는다. 이 구조를 저자들은 **"Ghost GDP"**라고 불렀다. 숫자는 있는데 실물경제에 돈이 돌지 않는 상태다.

마찰(friction)로 돈을 버는 모든 비즈니스가 무너진다. SaaS 소프트웨어, 여행 플랫폼, 보험, 부동산 중개, 카드사. AI 에이전트는 사람이 귀찮아서 참아줬던 수수료를 참아주지 않는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화이트칼라 소득이 무너지면서 13조 달러짜리 모기지 시장이 흔들린다. 신용점수 780점짜리 우량 고객도 직업을 잃으면 상환을 못 한다. 2008년 서브프라임과 다른 점은, 대출 자체는 우량 고객에게 멀쩡하게 시작됐다는 것이다. 세상이 대출 이후에 바뀐 것이다.


지금은 2026년 2월이다

저자들은 글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당신은 2028년 6월이 아닌 2026년 2월에 이것을 읽고 있다. S&P는 아직 고점 근처다. 카나리아는 아직 살아있다."

즉, 지금은 포지셔닝을 바꿀 수 있는 시간이다.


자산별 분석

부동산 — 테크허브는 위험하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는 자산이다.

화이트칼라 소득이 모기지 시장의 기반인데, 그 소득이 구조적으로 무너지는 시나리오다. SF, 시애틀, 오스틴처럼 IT/금융 종사자 비중이 높은 지역일수록 타격이 크다. 단, AI 데이터센터를 위한 산업용 부동산이나 전력 인프라 관련 리츠(REIT)는 별개 이야기다.


한국 부동산은 어떨까

한국 부동산을 하나로 묶으면 틀린다. 지역과 용도로 나눠서 봐야 한다.

먼저 시트리니 시나리오가 한국에도 적용되는지부터 확인하자. 한국도 화이트칼라 비중이 높다. 대기업·금융·IT·공공 종사자가 수도권 부동산 수요의 핵심이다. AI가 이 계층의 소득을 구조적으로 압박하면 서울 아파트 실수요 기반이 흔들린다. 이 부분은 미국과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만의 변수가 있다.

전세 구조가 대표적이다. 미국에는 없는 시스템이다. 전세는 임차인이 보증금을 맡기고 집주인이 그 자금을 운용하는 구조다. AI 충격으로 임차인 소득이 줄면 보증금 회수 리스크가 커지고, 갭투자 구조가 흔들린다. 가계부채도 변수다. 한국 가계부채는 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고, 변동금리 비중도 높다. 소득 충격과 금리 충격이 동시에 오면 이중 압박이다. 반면 정책 방어막은 미국보다 강하다. 한국 정부는 부동산 가격 하락 시 규제 완화로 대응하는 패턴이 반복됐다.

지역별로 보면 이렇다.

강남권 아파트는 상대적으로 버틴다.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되고, 학군·인프라 희소성이 가격을 받친다. 다만 소득 충격이 오면 거래량이 먼저 말라붙는다.

여의도 아파트는 여의도 종사자 구성이 문제다. 강남권보다 희소성이 약하고, 주요 수요층의 직업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높다. 한강뷰·교통이라는 입지 프리미엄이 단기 가격을 받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요층 소득 기반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이다.

판교 아파트는 어떨까? 이 시나리오에서 한국 아파트 중 가장 조심해야 할 지역 중 하나다. 강남 3구는 학군·희소성·재건축으로 버티고, 여의도는 한강뷰·재건축으로 방어막이 있다. 판교는 그 방어막이 상대적으로 얇다. AI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까지는 현재 가격이 유지될 수 있지만, 신호가 오기 시작하면 거래량이 빠르게 말라붙을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 외곽과 지방 신도시는 매우 취약하다. 실수요 기반이 약하고 공급은 많다. 갭투자 비중도 높아서 하락 속도가 빠를 수 있다.

지방은? 입 아프다.

오피스·상업용은 시트리니 시나리오에서 직격탄을 맞는 영역이다. AI가 사무직을 대체하면 오피스 수요 자체가 줄어든다. 공실률 상승 → 임대료 하락 → 자산가치 하락 경로가 명확하다.

결국 "한국 부동산이 안전하냐 위험하냐"가 아니라, 어디에, 어떤 용도로 들어가 있느냐가 핵심이다.


주식 — 무엇에 투자하느냐가 전부다

일반적인 "주식 투자"가 아니라 어느 섹터냐가 생존을 가른다.

수혜 섹터는 명확하다. 엔비디아, TSMC, 삼성전자, SK 하이닉스처럼 AI 인프라를 공급하는 기업들이다. 경기 침체가 와도 하이퍼 스케일러들의 데이터센터 투자는 멈추지 않는다. 오히려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AI 투자를 늘린다. 전력, 냉각 인프라도 같은 맥락이다.

저자들이 직접 언급한 내용이 있다. "대만과 한국 경제는 AI 인프라 트렌드에 볼록하게 노출되어 아웃퍼폼했다." 반도체 중심 국가 경제구조가 이 시나리오에서는 유리하게 작동한다.

피해 섹터는 마찰(friction) 비즈니스 전체다. SaaS, 중개 플랫폼, 카드사 모노라인, PE 연동 생명보험사. 특히 SaaS는 AI 에이전트가 동일한 기능을 몇 주 만에 자체 구현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 협상력 자체가 사라진다.


암호화폐 — 의외의 인프라 수혜

이 시나리오에서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논리가 흥미롭다.

AI 에이전트끼리 거래할 때, 카드 인터체인지(2~3% 수수료)를 낼 이유가 없다. 기계는 더 싼 경로를 찾는다. 그 경로가 솔라나나 이더리움 L2 기반 스테이블코인이다. 거래 비용이 1센트 수준이고, 결제는 즉시 완료된다.

여기서 비트코인은 다른 논리다. 재정 적자 폭발, 화폐 신뢰 하락 시 디지털 금으로서 기능한다. 단, 시장 전반이 흔들리는 구간에서는 주식과 단기 동조 하락 리스크가 존재한다.


금 — 재정 위기 헤지

이 시나리오의 재정 구조가 금 강세 논리를 만든다.

AI가 노동을 대체하면 근로소득세와 급여세가 줄어든다. 정부 세수는 줄고, 실업자 지원을 위한 지출은 늘어난다. 재정 적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환경이다. 달러 신뢰 약화 시, 금은 가장 오래된 대안 자산으로 기능한다.


테슬라 — 별도로 봐야 하는 케이스

테슬라는 단순히 "수혜주냐, 피해주냐"로 분류하기 어렵다.

긍정 논리. 옵티머스 로봇이 성공한다면, 테슬라는 노동을 대체하는 기계를 파는 기업이다. 이 시나리오에서 가장 유리한 포지션이다. 26년 1월에 옵티머스 Gen 3 공개가 예정되어 있고, 생산 목표는 연간 100만 대 체제다.

부정 논리. 테슬라의 주력 고객층은 화이트칼라 중산층이다. 소비 위축이 오면 4만~8만 달러짜리 차 수요가 먼저 꺾인다. 자동차 회사로서의 실적이 옵티머스 수익화 전까지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그 구간이 길어질 수 있다.

중요한 사실 하나. 2026년 1월 실적 발표에서 머스크는 직접 인정했다. "옵티머스는 여전히 R&D 단계이며, 공장에서 의미 있는 방식으로 가동 중인 것은 아니다." 2025년 목표였던 5,000대 생산도 미달했다.

1분기 공개 이벤트는 단기 모멘텀을 만들 수 있다. 머스크는 2027년 말 기업 고객 대상 첫 외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고, 대당 가격은 2~3만 달러 수준이다. 즉, 주가 촉매로서의 옵티머스는 2026~2027년 안에 작동할 수 있다.

다만 실적을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건 다른 이야기다. 초기 판매 규모가 1만~5만 대 수준이라면 테슬라 연매출(약 1,000억 달러)에서 의미 있는 비중이 되기 어렵다. 실적 기여 측면에서는 2028년 이후가 현실적이다. 그 사이 자동차 부문 실적 압박은 계속된다.

결론적으로 테슬라는 고위험 고수익 베팅에 가깝다. AI 인프라 기업처럼 확실한 수혜도 아니고, SaaS처럼 명확한 피해주도 아닌 — 실행 리스크가 큰 옵션이다.


정리: 생존 포트폴리오의 방향

한 가지 기준을 먼저 이해하면 나머지가 쉽다.

"사람이 귀찮아서 눈 감아줬던 부분에서 수익을 내는 비즈니스 (friction business) "를 피한다.

보험 갱신할 때 다른 보험사 비교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자동 갱신한다. 보험사는 그 귀찮음 덕분에 마진을 챙긴다. 배달 앱도 마찬가지다. 늘 쓰던 앱 그냥 켠다. 다른 앱이 더 싼지 비교할 시간이 없으니까. 집 살 때는 정보를 내가 다 알기 어려우니까 공인중개사한테 수수료를 낸다.

AI 에이전트는 귀찮음이 없다. 24시간 모든 보험사 견적을 비교하고, 배달 앱 20개를 동시에 열어서 가장 싼 곳을 찾고, 부동산 데이터를 전부 분석한다. 그 순간 보험사의 자동갱신 마진, 배달 앱의 수수료, 부동산 중개 수수료가 전부 협상 대상이 되거나 사라진다.

이 기준으로 보면 피해야 할 자산이 명확해진다. SaaS 소프트웨어, 카드사, 중개 플랫폼, PE 연동 생명보험사. 전부 사람의 귀찮음과 정보 비대칭 위에 쌓인 비즈니스 모델이다.

반대로 집중해야 할 자산도 명확하다. 노동을 대체하는 인프라를 소유한 기업들이다. AI 칩, 전력 인프라, 스테이블코인 결제 레일. 그리고 재정 적자가 구조적으로 확대될 때를 대비한 금. 위기가 심화될 때를 대비한 현금도 일부 필요하다.

지금 당장 이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필요는 없다. 시나리오의 가치는 예측이 아니라 내 포트폴리오에서 귀찮음 위에 쌓인 비즈니스가 얼마나 되는지 먼저 확인하는 것에 있다.


이 글은 시트리니 리서치의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Feb 2026)를 바탕으로 작성된 분석 및 해설이다.

https://www.citriniresearch.com/p/2028gic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A Thought Exercise in Financial History, from the Future

www.citriniresearc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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