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해리포터

알버스 덤블도어의 성 정체성 — 작품 내 단서와 부재

by blade. 2026. 3. 20.

 

롤링이 말했다, 그런데 영화는 안 보여줬다

2007년, 조앤 롤링은 팬 행사에서 덤블도어가 게이라고 밝혔다. 해리 포터 시리즈 7권이 모두 출판된 직후였다. 롤링은 덤블도어가 젊은 시절 그린델왈드를 사랑했다고 말했다.

이 발표에는 한 가지 일화가 덧붙었다. 6편 영화 제작 당시 시나리오에 덤블도어가 과거에 좋아했던 여학생을 회상하는 장면이 들어가려 했다. 그러자 롤링이 제작진에게 직접 메모를 보냈다. "덤블도어는 게이입니다." 그 장면은 삭제됐다.

이 발언은 당시 꽤 큰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원작 7권 어디에도 그 내용이 직접 서술되어 있지는 않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원작에 있는 단서들

7권 『죽음의 성물』에는 덤블도어의 과거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리타 스키터가 쓴 전기 『알버스 덤블도어의 삶과 거짓』이 그 통로다.

그 안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는 이렇게 묘사된다.

  • 두 사람은 같은 마을 고드릭스 할로에서 만났다.
  • 그린델왈드가 고드릭스 할로에 살던 마법사 역사학자 바틸다 백샷의 집에 머물던 여름, 두 사람은 매일 붙어다녔다. 바틸다는 그린델왈드의 고모할머니뻘 친척이었다. 덤블도어와는 친척 관계가 아닌 이웃이었다.
  • 덤블도어는 그린델왈드의 지성과 야망에 매료됐다.
  • 두 사람은 "마법사들을 위한 세계 지배" 계획을 함께 구상했다.
  • 덤블도어의 동생 아버포스는 그 관계를 노골적으로 불편해했다.

롤링은 이 장면들을 쓸 때 덤블도어의 감정을 "사랑"으로 설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본문에 "사랑"이라는 단어는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서 어떻게 처리됐나

메인 시리즈 8편 — 1편부터 죽음의 성물 2부까지 — 에서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관계는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죽음의 성물 1부에서 리타 스키터의 책이 언급되고, 덤블도어의 과거가 잠깐 등장하지만 성 정체성과 관련된 묘사는 없다.

영화는 그 부분을 삭제하거나 중립적으로 처리했다.


신비한 동물들 시리즈의 선택

2016년부터 시작된 스핀오프 시리즈 『신비한 동물들』은 젊은 시절 덤블도어를 주요 인물로 다룬다. 그린델왈드도 주요 빌런으로 등장한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팬들은 이 시리즈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명확하게 그려질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1편 『신비한 동물사전』(2016)에서는 그 관계가 거의 나오지 않는다.

2편 『그린델왈드의 범죄』(2018)에서 덤블도어가 등장한다. 주드 로가 덤블도어를 연기했다. 감독 데이빗 예이츠는 개봉 전 인터뷰에서 "덤블도어가 영화에서 명시적으로 게이로 묘사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공개되자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 피의 서약을 맺는 장면의 회상

2편 마지막에는 니플러가 그린델왈드로부터 훔쳐온 펜던트가 등장다. 두 사람이 과거에 맺은 "피의 서약"이 담긴 물건이다.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3편 『덤블도어의 비밀』(2022)은 그 서약을 깨는 과정을 중심 줄기로 다룬다. 영화 초반 레스토랑 장면에서 덤블도어는 그린델왈드에게 직접 말한다. "내가 너를 사랑했으니까(Because I was in love with you)." 과거형이지만 연애 감정을 담은 표현이 처음으로 명시적으로 사용됐다.

이것이 현재까지 영화 시리즈에서 가장 직접적인 묘사다.


부재의 이유 — 시장과 검열

이 시리즈가 성 정체성을 명시적으로 다루지 않은 데는 몇 가지 맥락이 있다.

중국 시장: 해리 포터 프랜차이즈는 중국에서 큰 흥행을 기록했다. 중국에서는 영화 내 동성애 묘사가 배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로 3편 『덤블도어의 비밀』 중국 상영본에서는 덤블도어의 대사 두 마디 — "I was in love with you"와 "the summer Gellert and I fell in love" — 가 삭제된 채 개봉됐다. 약 6초 분량이다.

러시아·중동 시장: 유사한 사정이 있다.

워너 브라더스의 판단: 워너는 명시적 묘사보다 "암시"를 선택했다. 이것은 제작사의 상업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결론

덤블도어의 성 정체성은 창작자의 발언 안에는 존재하지만, 작품 본문 안에서는 지속적으로 부재했다.

원작에는 암시는 있지만 명시는 없다. 영화 시리즈도 오랫동안 같은 방식을 유지했다. 『덤블도어의 비밀』이 그나마 가장 직접적인 장면을 넣었지만, 그것도 제한적이다.

결국 이 이야기는 창작자의 의도와 시장 논리, 그리고 작품이 실제로 보여주는 것 사이의 간극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