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전명 에픽 퓨리(Epic Fury) 개시 3주차. 항공모함 3척이 집결하고 종전 시한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런데 전황을 하나씩 뜯어보면, 트럼프가 약속한 종전은 처음부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1. 전황: 미국도 피해가 크다
미국은 현재 중동 해역에 항공모함 3척을 동시에 배치했다. 조지 부시호, 에이브러햄 링컨호, 제럴드 포드호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하지만 압도적인 전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피해는 적지 않다.
미 국방부는 3월 10일 기준 미군 사망자 7명, 부상자 최소 140명 이상을 공식 인정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개전 초기 중상자 8명만 공개했다가, 언론 압박이 거세지자 뒤늦게 전체 규모를 밝혔다. 언론은 실제 부상자 수가 공개된 것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1기 때도 2020년 이란의 미군 기지 미사일 공격 당시 피해를 축소 발표했다가 나중에 110명 부상을 인정한 전례가 있다.
장비 손실도 이어지고 있다. 3월 13일 미 공중급유기 KC-135가 이라크 서쪽 요르단 국경 지대에 추락해 탑승자 6명 중 4명이 사망했다. 같은 날 홍해 상에서는 제럴드 포드호에서 화재가 발생해 승조원 2명이 부상당했다. 이번 전쟁에서 추락한 미 군용기는 확인된 것만 4대다. 포드호는 현재 262일째 출항 중으로, 5월까지 이어지면 베트남전 이후 미 항공모함 최장 출항 기록이 된다.
이란 민간인 피해도 크다. 중동권 매체 알 자지라에 따르면 개전 이후 이란 민간인 사망자는 1,300명을 넘어섰다. 미군의 오폭으로 어린이 최소 175명이 숨진 미나브 초등학교 사건도 있었다.
2. 트럼프가 서두르는 이유: 유가와 선거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개시 전부터 "4주 안에 끝낸다"고 공언했다. 이유는 하나다. 유가다.
WTI유는 3월 14일 기준 배럴당 98달러대로, 개전 이후 한 달 만에 56% 넘게 올랐다.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유가가 계속 오르면 선거에 직격탄이 된다.
그런데 여기서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 유가를 내리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야 한다. 이란이 봉쇄를 선언한 상태에서는 전쟁이 끝나도 유가는 내려오지 않는다. 봉쇄 해제는 이란과의 협상 없이 불가능하다.
즉 트럼프가 원하는 "종전 → 유가 안정 → 선거 유리"라는 공식이 성립하려면 이란이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
3. 미국과 이스라엘의 목표가 다르다
이 전쟁의 또 다른 갈등은 미국과 이스라엘 사이에 있다.
미국의 입장은 이렇다. 원래 목표는 이란 핵 시설 파괴였다. 하지만 핵 시설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상태에서도, 이란의 정규 군사력을 충분히 약화시켰으니 이 정도면 됐다는 쪽으로 기준을 낮추고 있다. 4주 시한을 지키려면 명분이 필요하고, "군사력 무력화"가 그 명분이다.
이스라엘의 입장은 다르다. 핵 시설이 완전히 파괴되지 않았고, 새 지도부가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이스라엘은 '완전한 승리' 없이는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같은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두 나라가 그리는 종전의 그림이 다르다.
4. 이란 내부: 더 강경해졌다
최고지도자가 바뀌었다
개전 첫날인 2월 28일 미국·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포함한 이란 수뇌부가 집단 사망했다. 이후 12일 만인 3월 8일, 알리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
이스라엘의 계산은 "수뇌부를 제거하면 체제가 와해된다"였다. 하지만 실제로는 정반대가 됐다. 아들이 후계자로 올라섰고, 순교 서사가 만들어지면서 이란 국내 결집력이 오히려 강해졌다.
결사항전을 선언했다
모즈타바 본인도 폭격에서 부상을 입었고, 부모와 아내, 아들을 포함한 일가족 6명을 잃었다. 3월 12일 첫 공개 성명을 냈는데, 내용은 협상이 아니라 복수였다.
- "순교자들의 피에 대한 복수를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
-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계속한다
- 중동 내 미군 기지를 계속 공격한다
- 미나브 초등학교 오폭을 "적이 고의로 저지른 범죄"로 규정했다
협상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은 없었다. 민간인 오폭 사건까지 겹치면서 이란 국내 여론도 결집하고 있다. 온건파나 실용파가 "지금 협상하자"고 나서기가 더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란의 숨겨진 카드: 중국을 통한 우회로
모즈타바가 결사항전을 선언하는 동시에, 이란은 전혀 다른 방향의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이란 고위 관계자는 석유 화물이 중국 위안화로 결제된다는 조건 하에 제한된 수의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완전 봉쇄가 아니라 선별적 통과 허용이다. 미국·이스라엘과는 싸우면서, 중국과의 경제 연결은 유지하겠다는 계산이다.
이 구도가 만들어내는 함의는 세 가지다.
첫째, 이란의 버티기 전략에 경제 생존 라인이 생긴다. 봉쇄를 유지하면서도 중국을 통해 수입을 확보하면 장기전이 가능해진다.
둘째, 위안화 결제 조건은 달러 패권에 대한 도전이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이기고도 경제 질서에서 지는 시나리오다.
셋째, 글로벌 유가가 부분적으로 안정되면 트럼프의 조기 철수 명분이 생긴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을 빼내면서 중국을 당기는 수다.
5. 트럼프의 출구 시나리오 3가지
1. 압도적 타격 후 일방적 종전 선언 — 확률 60%
미군 화력을 집중해 주요 거점을 타격한 뒤 미션 완료를 선언하고 철수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란이 호르무즈 봉쇄를 유지하는 한 유가는 내려오지 않는다. 종전을 선언해도 유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모순을 안게 된다. 미국이 빠진 이후에도 이란의 보복 공격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2. 이스라엘에 작전권 이양 — 확률 30%
미군의 대규모 공습은 끝내되, 이후 작전은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도록 허용하는 방식이다. 모즈타바가 결사항전을 선언한 이상 이스라엘 입장에서는 멈출 이유가 없다.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빠지면서도 이스라엘의 독자 작전을 묵인하는 구도다. 이전보다 현실성이 높아졌다.
3. 강제 평화 협상 타결 — 확률 10%
이란 온건파를 압박해 핵 동결을 포함한 협상을 끌어내는 방식이다. 트럼프가 선호하는 빅딜 형식이지만, 새 최고지도자가 첫 성명부터 복수를 선언한 상황에서 단기간에 협상 테이블이 열릴 가능성은 낮다.
시나리오별 비교
전략 핵심 내용 미국의 이득 이스라엘 반응 이란 반응 확률
| 조기 철수 | 미션 완료 선언 후 철수 | 선거 명분 확보 | 핵 위협 잔존 우려 | 보복·봉쇄 지속 | 60% |
| 작전권 이양 | 이스라엘 독자 작전 허용 | 참전 비용 절감 | 부분적 만족 | 결사항전으로 장기화 | 30% |
| 강제 협상 | 핵 동결 포함 빅딜 타결 | 역사적 외교 성과 | 재무장 가능성 경계 | 새 지도부 거부 가능성 높음 | 10% |
결론: 트럼프의 4주 시한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약속이었다
구조를 다시 짚어보면 이렇다.
트럼프가 "4주 안에 끝낸다"고 한 이유는 유가 때문이다. 전쟁이 길어지면 유가가 오르고, 유가가 오르면 11월 중간선거에 불리하다.
그런데 유가를 내리려면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풀려야 한다. 봉쇄는 이란이 쥐고 있는 카드다. 이란과의 협상 없이는 봉쇄 해제도, 유가 안정도 없다.
새 최고지도자 모즈타바는 취임 첫 성명에서 복수를 선언했다. 일가족 6명을 잃었고, 민간인 오폭으로 이란 국내 여론도 결집하고 있다. 온건파가 협상 카드를 꺼낼 공간은 사실상 없다.
여기에 이란은 중국이라는 우회로까지 열고 있다. 위안화 결제 조건으로 일부 유조선의 호르무즈 통과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과는 협상하지 않으면서 중국을 통해 경제 생존 라인을 확보하는 구도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군사적으로 이기고도 경제 질서에서 지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결국 트럼프의 논리는 이렇게 무너진다. 종전을 선언해도 호르무즈 봉쇄는 유지된다. 유가는 내려오지 않는다. 선거 호재도 없다.
4주 시한 안에 미국의 공식 작전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종전이 아니라 미국의 일방적 철수다. 군용기 4대 추락, 항모 화재, 262일째 출항 중인 포드호 — 미군 자체의 전쟁 피로도도 이미 누적되고 있다. 이란의 보복, 호르무즈 봉쇄, 이스라엘의 독자 작전은 미국이 빠진 이후에도 계속된다.
트럼프가 원하는 "깔끔한 마무리"는 이 전쟁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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