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 공습을 시작했다. 표면적으로는 핵 시설과 군사 인프라를 겨냥한 작전이지만, 이 전쟁의 배경에는 단순한 군사 충돌 이상의 구조가 깔려 있다. 바로 석유와 달러, 그리고 통화 패권을 둘러싼 50년짜리 게임이다.
페트로달러란 무엇인가
1971년 닉슨 대통령이 달러-금 태환을 중단했다. 금이라는 담보를 잃은 달러는 신뢰 위기에 직면했고, 미국은 새로운 답을 중동에서 찾았다.
1974년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정을 맺었다. 내용은 단순하다. 사우디는 모든 석유를 달러로 결제하고, 그렇게 번 달러를 미국 국채에 재투자한다. 미국은 그 대가로 사우디 왕가의 안보를 보장한다. 이 구조가 OPEC 전체로 확산되면서 '페트로달러 체제'가 성립됐다.
결과는 강력했다. 전 세계 모든 나라는 석유를 사려면 달러가 필요해졌다. 미국은 재정 적자와 경상수지 적자를 동시에 안고도 달러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현재 국제 원유 거래의 80% 이상이 달러로 결제된다.
달러 체제에 도전했던 나라들
페트로달러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은 2000년 석유 결제 통화를 달러에서 유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했다. 2003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WMD) 보유를 명분으로 이라크를 침공했다. WMD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공식 명분과 이면적 동기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일부 국제정치 분석가들은 달러 패권 수호라는 구조적 이해관계를 이 전쟁의 배경 중 하나로 지목한다.
베네수엘라는 2018년 암호화폐 '페트로'를 도입해 달러 결제망을 우회하려 했다. 결과는 미국의 강력한 제재였고, 체제는 유지되지 못했다. 2025년 1월 마두로 대통령이 전격 체포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다.
이란의 전략은 이 두 선례에서 교훈을 얻었다.
이란의 접근법 — 중국 뒤로 숨기
이란의 전략은 세 단계로 읽힌다.
첫째는 생존이다. 미국의 금융 제재로 SWIFT 결제망에서 배제된 이란에게 위안화 결제는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중국과 25년 장기 전략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석유 거래 일부를 위안화로 결제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 맥락이다. 루블화가 아닌 위안화를 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은 이란 원유의 최대 구매처고, 러시아 역시 제재를 받고 있어 루블을 국제 결제 수단으로 밀어줄 능력이 없다. 오히려 러시아조차 중국과의 에너지 거래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을 늘리고 있다.
둘째는 동맹이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면서도 석유 결제를 달러에 의존한다. 달러망 밖의 안정적 공급처가 필요한 중국과, 달러 없이 석유를 팔아야 하는 이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다.
셋째는 확산이다. 이란은 위안화로 거래된 원유를 실은 선박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현 가능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다만)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30%가 이 해협을 통과한다. 하루 약 2000만 배럴 규모다. 유럽 국가들이나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유조선 통과를 위해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순간, 달러 결제 대열에서의 이탈이 시작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못 한다)
트럼프가 한국, 프랑스, 중국을 콕 집어 군함 파견을 요구한 것도 이 맥락이다. 트럼프는 그 이탈을 막으려 한다. 주목할 점은 1970년대와 달리 미국이 이제 세계 최대 산유국 중 하나라는 사실이다. 미국이 중동에 매달리는 이유는 자국 에너지 안보가 아니라, 중국으로 흘러가는 에너지 통로를 통제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더 크다.
그래서, 페트로달러는 무너질 수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란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지금 당장도 어렵다.
달러의 지위는 단순히 '석유 결제 통화'이기 때문에 유지되는 게 아니다. 국제 금융 거래 인프라 자체가 달러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SWIFT 결제망, 미국 국채 시장의 압도적 유동성, 달러 표시 파생상품 시장 — 이 구조를 대체하려면 위안화가 단순히 '석유 결제'를 넘어 전방위적 국제 금융 통화로 자리잡아야 한다.
위안화에는 결정적인 구조적 한계가 있다. 달러는 전 세계 어디서든 바로 다른 자산으로 바꿀 수 있다. 위안화는 다르다. 중국 정부가 자본 이동을 통제하기 때문에, 이란이 석유를 팔아 위안화를 벌어도 그 돈을 국제 시장에서 자유롭게 쓰기 어렵다. 결국 위안화로 살 수 있는 건 대부분 중국 물건뿐이다.
이 한계를 우회하려는 기술적 시도도 있다.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이 주목하는 것은 SWIFT를 우회하는 디지털 결제 인프라다. 중국·홍콩·태국·UAE가 참여하는 mBridge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기반으로 달러 없이 국가 간 실시간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플랫폼이다. 아직 실험 단계지만, 방향성은 명확하다.
그럼에도 균열을 만드는 것과 체제를 붕괴시키는 것은 다르다. 유럽 국가들이 하나둘씩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앉고, 위안화 결제 선박이 해협을 통과하는 선례가 쌓이면, 달러의 '당연함'에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다.
이란의 전략은 달러를 거부하는 게 아니라, 미국의 금융 무기화에 대응하는 방패를 만드는 과정이다. 호르무즈 해협 통제는 그 방패를 칼로 바꾸려는 시도다. 페트로달러 체제가 1974년 협정 하나로 만들어진 게 아니듯, 그것이 흔들리는 것도 단번의 사건이 아닌 누적의 과정일 것이다. 이란은 지금 그 누적의 한 조각을 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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