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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AI 챗봇, AI 에이전트, 그 다음은?

by blade. 2026. 2. 26.

AI 챗봇, AI 에이전트, 그 다음은?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의 업무가 AI로 대체되고 있다.

2025년 기준,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41%가 AI 도입을 이유로 채용을 동결했다. 골드만삭스는 AI가 전 세계 3억 개의 일자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 AI를 "편리한 도구" 정도로 인식한다.

챗봇에서 에이전트로. 그리고 그 다음 단계가 이미 시작됐다. 이게 어디로 가는지 이해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간격은 앞으로 빠르게 벌어질 것이다.

미국 투자 리서치 기관 CitriniResearch가 2026년 2월에 발표한 시나리오 분석을 바탕으로 정리한 글이다.


AI는 어떻게 발전해왔나

1단계: AI 챗봇

처음 등장한 형태다. ChatGPT가 대표적이다.

특징은 단순하다. 내가 물어봐야 대답한다. 자기 혼자 뭔가를 하지는 않는다. 검색창에 검색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대화 형식으로 더 자연스럽게 쓸 수 있다는 점이 다르다.

2단계: AI 에이전트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개념이다.

챗봇이 "질문에 답하는 AI"라면, 에이전트는 "목표를 주면 혼자 알아서 처리하는 AI" 다.

예를 들어, "다음 달 도쿄 여행 계획 짜줘"라고 하면 항공편을 검색하고, 숙소를 비교하고, 예산을 계산해서 최종 안을 내놓는다. 사람이 중간에 개입할 필요가 없다.

3단계: 그 다음은?

이제 방향이 바뀐다.

에이전트가 혼자 일하는 수준을 넘어서, 에이전트끼리 거래하고 협상하는 세계가 온다. CitriniResearch는 이 변화를 이렇게 표현했다.

"에이전트끼리의 폭력(agent on agent violence)"

쇼핑 에이전트가 최저가를 찾기 위해 판매 에이전트와 자동으로 가격 협상을 한다. 사람은 결과만 받아보면 된다. 거래에서 인간이 빠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다음 AI 개념 후보들

① 에이전트 경제 (Agent Economy)

에이전트들이 서로 역할을 나누고, 서로를 고용하고, 시장을 형성하는 구조다.

지금도 OpenAI, Anthropic 같은 회사들이 에이전트 간 협업 기능을 빠르게 추가하고 있다. 인간이 팀장이라면, AI 에이전트들이 팀원처럼 움직이는 구조다.

② AI 네이티브 기업 (AI-Native Organization)

인간 직원 없이 AI 에이전트만으로 운영되는 회사다.

실제로 일부 스타트업이 이미 "직원 0명, 에이전트 수백 개" 구조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회사의 정의 자체가 바뀌는 개념이다.

③ 지능 인프라 (Intelligence as Infrastructure)

AI가 전기나 인터넷처럼 사회 기반 시설이 되는 단계다.

지금은 AI를 도구처럼 구매한다. 앞으로는 전기 요금처럼 "지능 사용량" 을 결제하는 방식으로 바뀔 수 있다. CitriniResearch 시나리오에서는 정부가 AI 컴퓨팅에 세금을 매기고, 그 수익을 국민에게 배당금처럼 나눠주는 정책이 논의되는 장면이 나온다.


왜 이게 경제적으로 중요한가

희소성이 사라진다는 것의 의미

지금까지 돈을 잘 버는 원리는 간단했다.

내가 할 줄 아는 것 → 남들이 못 하니까 → 돈을 받는다

변호사, 회계사, 개발자가 높은 연봉을 받는 이유는 딱 하나다. 배우기 어렵고, 할 수 있는 사람이 적기 때문이다.

AI는 이 희소성을 없앤다.

사막 마을에서 우물 파는 기술을 아는 사람은 부자다. 그런데 수돗물이 무제한으로 공급되면? 우물 파는 기술의 가치는 0에 가까워진다. 기술이 사라진 게 아니라, 희소성이 사라진 것이다.

AI가 지식과 지능에 수돗물을 연결하고 있다.

CitriniResearch 2028 시나리오 요약

CitriniResearch는 "지금의 AI 낙관론이 계속 맞는다면 오히려 무서운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픽션 형식이지만, 논리는 실제 경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시나리오 흐름은 이렇다:

  1. AI 에이전트가 화이트칼라 업무를 대체하기 시작한다
  2. 기업이 직원을 줄이고 그 돈으로 AI를 더 산다
  3. 직원을 잃은 사람들이 소비를 줄인다
  4. 소비가 줄면 기업 매출이 떨어진다
  5. 매출이 떨어진 기업은 또 직원을 줄이고 AI를 더 산다
  6. 이 루프가 멈추지 않는다

특히 주목할 점은 SaaS 기업들의 붕괴다. 시나리오 속 ServiceNow는 자신의 고객사가 AI로 직원을 줄이자, 그 고객사가 구매한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도 같이 줄어들었다. AI가 자기 수익 기반을 깎아먹은 것이다.

카드사도 타격을 받았다. AI 쇼핑 에이전트들이 2~3%의 카드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 스테이블코인(가상자산 기반 결제)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나리오에서 S&P500은 고점 대비 38% 하락하고, 실업률은 10%를 넘는다.


지금 투자자 관점에서 볼 때

CitriniResearch가 던지는 핵심 질문은 이거다.

"이 회사의 경쟁력이 인간의 습관, 귀찮음, 정보 격차에 기대고 있지는 않나?"

사람들이 귀찮아서 안 바꾸는 것, 몰라서 못 비교하는 것, 익숙해서 계속 쓰는 것.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많은 기업의 수익 구조를 떠받쳤다.

AI 에이전트는 귀찮아하지 않는다. 20개 플랫폼을 동시에 비교하고, 항상 더 싼 곳을 찾아낸다. 습관도, 브랜드 충성도도 없다.

그래서 글은 이렇게 표현했다.

"그들의 해자는 마찰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마찰은 0으로 수렴하고 있었다."


학과 선택, 이미 결과가 갈리고 있다

"안전한 전공"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특히 AI 도입 이후 가장 극적으로 무너진 곳이 바로 IT·컴퓨터 계열이다.


🇰🇷 한국 — IT 개발자 채용 시장의 붕괴

한때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취업 깡패'로 불렸던 IT 개발직이 3년 만에 완전히 다른 시장이 됐다.

지표 2021년 2024년 변화

IT 개발직 채용 공고 수 29만 건 14만 건 ▼ 46.5%
네이버·카카오 신규 채용 599명 231명 ▼ 61%

(출처: 잡코리아, 각 사 공시)

IT 채용 공고는 2021년 정점 대비 절반으로 줄었다. 네이버·카카오 같은 '꿈의 직장'의 신규 채용은 3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공자도 취업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고, 코딩 부트캠프 운영도 어려워졌다.


🇺🇸 미국 — "코딩하면 취직" 공식의 붕괴

미국은 취업률 대신 실업률 기준으로 발표한다. 낮을수록 좋다.

컴퓨터사이언스 전공자의 실업률 변화가 핵심이다.

전공 2022년 실업률 2024년 실업률 변화

컴퓨터사이언스 ~4% 6.1% ▲ 50%+ 상승
컴퓨터공학 ~4% 7.5% ▲ 거의 2배
전체 평균 ~3.6% 4.2% ▲ 소폭 상승

(출처: NY Fed, Census ACS 데이터)

2022년까지만 해도 CS·컴퓨터공학은 "안전한 전공"의 대명사였다. 2년 만에 전체 평균 실업률의 거의 2배 수준으로 올라갔다.

더 충격적인 건 엘리트 대학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이다. MIT·스탠퍼드·카네기멜런 같은 최상위 공대 졸업생 중 주요 테크 기업에 엔지니어로 취업하는 비율이 2022년 25% → 2024년 11~12% 로 반토막 났다. (출처: SignalFire)

일자리가 줄었다. AI 코딩 도구의 발전으로 Amazon·Meta·Microsoft 등이 주니어 개발자 채용을 대규모로 줄이기 시작했고, 2024년 한 해에만 테크 업계에서 15만 명 이상이 해고됐다. 실업률 상승은 그 결과다.


내 직업은 괜찮을까?

직종마다 AI의 영향 속도가 다르다. 판단 기준은 두 가지다.

  • 반복성: 매번 비슷한 패턴의 업무인가
  • 마찰 의존성: 고객이 귀찮아서, 몰라서, 습관적으로 쓰는 구조인가

이 두 가지가 높을수록 AI 대체 속도가 빠르다.

직종 위험도 이유

고객센터 상담원 🔴 높음 반복 질의응답, 이미 AI 전환 진행 중
여행·보험 중개인 🔴 높음 정보 비대칭 기반 수익, 에이전트가 대체 가능
주니어 개발자 🔴 높음 코딩 에이전트가 단순 구현 업무 대체 중
증권사 애널리스트 🟠 중간 데이터 수집·정리·리포트 초안은 AI가, 투자 판단·고객 신뢰는 인간이
택시·버스 기사 🟠 중간 자율주행 기술은 확산 중이나 한국 상용화까지는 시간 필요, 단기보단 중장기 위협
회계·세무 실무 🟠 중간 단순 신고 업무는 자동화, 전략·판단 영역은 유지
마케터 (콘텐츠) 🟠 중간 초안 생성은 AI가, 기획·방향성은 인간이
법무 실무 (계약 검토) 🟠 중간 표준 계약서 검토는 대체, 협상·소송은 유지
컴퓨터 프로그래머 (시니어) 🟠 중간 단순 구현은 AI가, 아키텍처·설계 판단은 유지
의사·간호사 🟡 낮음 진단 보조는 AI가, 최종 판단·처치는 인간
현장 기술직 (전기·배관) 🟡 낮음 물리적 작업, 로봇 기술이 따라오기 전까지 안전

핵심은 직종 자체보다 업무 안에서 어떤 부분을 담당하느냐다. 같은 변호사라도 계약서 검토만 하는 사람과 협상·전략을 짜는 사람의 위험도는 전혀 다르다.


정리

구분 핵심 특징 인간의 역할

AI 챗봇 질문에 대답 인간이 물어봐야 작동
AI 에이전트 목표 받아서 혼자 실행 인간이 목표만 줌
에이전트 경제 에이전트끼리 거래·협상 인간은 결과만 받음
AI 네이티브 기업 에이전트만으로 운영되는 조직 인간 개입 최소화
지능 인프라 전기처럼 지능을 사서 씀 인간은 수혜자이자 세금 납부자

AI 챗봇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람이 "검색엔진이 좀 좋아진 거 아냐?"라고 생각했다.

AI 에이전트가 나왔을 때도 "자동화가 좀 더 편해진 거 아냐?"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CitriniResearch의 시나리오가 말하는 건 그게 아니다.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는 전제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건 시나리오다. 현실이 정확히 이렇게 될 거라는 보장은 없다. 다만 글의 마지막 문장은 읽어볼 만하다.

"당신은 이 글을 2028년 6월이 아니라 2026년 2월에 읽고 있다. 카나리아는 아직 살아 있다."


참고: CitriniResearch, "THE 2028 GLOBAL INTELLIGENCE CRISIS" (202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