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Wri9F0aMiSQ
매년 경칩을 즈음해서 한 친구가 술을 마시자고 찾아온다
그의 이름은 황약사이다
그는 이상하게도 매번 동쪽에서 왔다
몇 년 동안 계속 그랬다
금년엔 선물을 가지고 왔다
" 얼마 전에 어떤 여자가 술을 한 병 주었는데 술 이름이 취생몽사(醉生夢死)야.
마시면 지난 일을 모두 잊는다고 하더군.
난 그런 술이 있다는 게 믿어지질 않았어.
인간이 번뇌가 많은 까닭은 기억력 때문이라고 하더군.
잊을 수만 있다면 매일 매일이 새로울 거라 했어
그렇다면 얼마나 좋겠어?
자네 주려고 가져온 술인데 함께 나눠 마셔야겠군"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마시지 않았다
효과가 있었던 걸까?
그날 이후로 황약사는 많은 일을 잊었다
"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기억나? "
" 기억 안나 "
" 여기에 어떻게 왔는지는? "
" 모르겠어 "
" 왜 자꾸 새장을 쳐다봐? "
" 무척 낯이 익어 "
그날 그는 잔뜩 취했고,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났다
- 동사서독 ('1994) 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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