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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이것저것 주식-경제 관련 이야기

전고체 배터리 전쟁 — 삼성SDI vs LG에너지솔루션, 누가 먼저 찍어내는가

by blade 2026. 4. 20.

본 글은 공개된 영상 분석과 시장 자료를 기반으로 작성한 참고용 정보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본인에게 있으며, 이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니다.


1. 전고체 배터리가 뭐길래 다들 난리인가

배터리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지금 스마트폰이나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그것을 대체할 차세대 기술인 전고체 배터리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내부에 액체 전해질을 쓴다. 그래서 충격을 받거나 과열되면 폭발하거나 불이 날 위험이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이 액체 전해질을 고체로 바꾼 것이다. 덕분에 안전성이 훨씬 높고, 에너지를 더 많이 담을 수 있다. 한 번 충전으로 더 오래 달리고, 더 오래 작동한다.

단점은 두 가지다. 비싸고, 수명이 짧다.

고체 전해질 핵심 재료인 황화리튬(Li₂S)의 가격이 기존 리튬이온 전해질보다 수십 배 비싸다. 여기에 충·방전을 반복하면 고체 입자들 사이 접촉이 느슨해지는 계면 저항 문제가 생겨 배터리 수명을 늘리기가 극도로 어렵다. 상업화의 최대 걸림돌은 결국 가격과 수명이다. 아직 아무도 이 두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며 대량생산에 성공하지 못했다.


2. 삼성SDI가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나

삼성SDI는 핵심 인력의 약 50%를 연구개발 부서에서 양산개발 그룹으로 이동시켰다. 이게 왜 중요한가.

연구개발은 "가능한가?"를 확인하는 단계다. 양산개발은 "공장에서 실제로 찍어낼 수 있는가?"를 푸는 단계다. 사람을 반이나 옮겼다는 건, 실험실 단계는 끝났고 이제 공장을 어떻게 돌릴지 고민하는 단계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목표는 2027년 하반기 양산이다. 지금은 수율(불량 없이 나오는 비율)을 높이고, 공정을 안정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3. 각형도 하고 파우치도 한다 — 삼성SDI의 폼팩터 전략

삼성SDI는 기존에 각형 배터리를 주력으로 만들어왔다. 전고체 배터리에서는 방향을 완전히 튼 게 아니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기차(EV)용은 각형, 로봇·드론·UAM용은 파우치형으로 나눠 대응하는 투트랙이다.

전기차용은 왜 각형을 유지하는가.
각형은 두꺼운 금속 케이스 구조라 물리적 보호 능력이 높고, 삼성SDI가 수십 년간 쌓아온 대량생산 공정과 그대로 연계된다. 전기차처럼 수만 개 셀을 균일하게 찍어야 하는 환경에서는 기존 공정 자산을 살릴 수 있는 각형이 유리하다.

로봇·드론용은 왜 파우치인가.
로봇의 팔다리 관절, 드론의 동체 내부는 공간이 비정형적이다. 파우치형은 얇고 유연하게 공간에 맞출 수 있다. 금속 케이스가 없으니 같은 부피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담을 수도 있다.

여기에 전고체 배터리의 특성이 파우치와 특히 잘 맞는다. 기존 리튬이온 파우치형의 단점은 충·방전 과정에서 내부 가스가 발생해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스웰링(Swelling) 현상이었다. 각형은 두꺼운 금속 케이스가 이 압력을 버텨주지만, 파우치는 외벽이 얇아서 화재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이라 가스 발생이 현저히 적다. 스웰링 문제가 사라지면 가볍고 얇은 파우치의 장점만 온전히 활용할 수 있다.

요약하면,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에서 전기차는 각형으로 안정적으로 가고, 로봇·항공은 파우치로 새 시장을 여는 전략이다.


4. 중국과의 격차는 얼마나 되는가

중국 GAC그룹 산하 에이온(Aion)은 2026년 양산을 발표했다. 이들이 주장하는 스펙은 에너지 밀도 400Wh/kg 수준의 황화물계다. 숫자만 보면 삼성SDI보다 1년 앞서는 셈이다.

그런데 중국의 전략을 정확히 읽으려면 두 가지를 구분해야 한다.

첫째, 지금 당장 나오는 건 반고체다.
중국 업체들이 이미 시장에 내놓고 있는 건 상당수가 반고체(Semi-solid)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을 5~10% 섞은 방식으로, 완전한 전고체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기술이다. 실제로 중국 니오(Nio)는 2024~2025년 150kWh 반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을 이미 시장에 선보였다. 중국은 LFP 기반의 반고체로 양산 경험을 먼저 쌓고, 그 경험을 발판 삼아 황화물계로 빠르게 넘어오려는 전략이다.

둘째, A샘플 양산과 대량생산은 다르다.
중국 업체들의 "양산" 발표는 기술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초기 단계의 소량 생산, 이른바 A샘플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차에 조금 넣어 "세계 최초" 타이틀을 먼저 가져가는 식이다. 대량으로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며 수익을 내는 단계와는 다르다.

삼성은 이미 파일럿 라인(S-Line)을 통해 성능 검증을 완료했고, 지금은 실제 공정 설계 단계에 있다. 완전 전고체 기준 완성도 면에서는 삼성이 앞서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다만 중국을 단순히 "가짜 전고체"로 깎아내리는 건 위험한 시각이다. 반고체로 먼저 양산 노하우를 쌓고, 그 공정 경험을 황화물계에 빠르게 이식하는 방식은 실제로 위협적이다. 속도전에서 중국을 얕봐선 안 된다.


5. 그렇다고 삼성이 무조건 이기는 건 아니다

냉정하게 리스크도 짚어야 한다.

중국의 집단 공세는 무시할 수 없다.
CATL, 칭타오에너지, GAC 등 수많은 중국 업체가 동시에 달려들고 있다. 특허 출원 수로만 보면 중국이 이미 전 세계 1위다. 개별 기업으로는 삼성SDI가 앞서더라도, '집단 지성'으로 치고 들어오는 중국의 속도전을 얕봐선 안 된다.

공급망을 중국이 쥐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핵심 원자재인 리튬, 전구체 등의 공급망은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 삼성이 기술을 완성해도, 원자재 가격을 중국이 조이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 과거 디스플레이 산업에서 한국 기업들이 겪었던 일이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

비싸다.
삼성이 만들려는 무음극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는 성능은 최고지만 단가가 높다. 초기에는 프리미엄 전기차나 특수 로봇에만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대중화에 실패하면 시장이 좁아진다.

2027년 목표가 밀릴 수 있다.
전고체 배터리 대량생산은 업계 전체가 풀지 못한 숙제다. 기술적 난제로 1~2년 일정이 지연되면 중국이 먼저 시장 표준을 선점할 수 있다.


6. LG에너지솔루션은 어떤가

삼성SDI만 이 시장을 노리는 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도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다. 다만 전략의 방향이 다르다.

양산 타이밍 — 황화물계는 늦지만 고분자계는 삼성보다 빠르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고분자계 양산 목표는 2026년이다. 삼성SDI의 황화물계 양산 목표(2027년)보다 오히려 1년 앞선다. "LG가 삼성보다 느리다"는 건 황화물계 기준의 이야기다. 고분자계 기준으로 보면 LG가 '세계 최초 전고체 양산' 타이틀을 먼저 가져갈 수 있는 위치다. 전기차용 황화물계는 2029년이 목표고, 로봇·UAM용은 2030년이다.

기술 방식이 다르다 — 투트랙 전략.
LG에너지솔루션은 황화물계 하나만 보는 삼성SDI와 달리 고분자계(폴리머계)와 황화물계를 동시에 개발하는 투트랙 전략을 쓰고 있다.

고분자계는 상대적으로 만들기 쉽고 단가가 낮다. 성능은 황화물계보다 떨어지지만 먼저 시장에 깔 수 있다. LG는 이 고분자계를 2026~2027년 먼저 양산해 시장을 선점하고, 기술 난도가 높은 황화물계는 2029년 이후로 넘기는 구조다. 즉 삼성이 황화물계 기준으로 느려 보이는 것이지, 고분자계 기준으로는 삼성만큼 빠르거나 더 빠를 수 있다.

전기차용 황화물계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던 흑연 음극재를 그대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기존 공정과 연계성이 높아 양산 안정성 확보에 유리하다. 로봇·UAM용은 음극재 자체를 없애는 무음극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이 부분은 삼성SDI와 방향이 같다.

현재 단계는 파일럿 라인 구축 중이다.
마곡 R&D 캠퍼스에서 10Ah급 시제품을 완성했고, 충북 오창에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중이다. 2026년 3월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실물 셀을 처음 공개했다.

연구 성과는 탄탄하다.
시카고대학교, UC샌디에이고와 공동 연구로 황 양극 기반 고용량 배터리를 전고체로 구현하는 데 성공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을 게재했다. 기초 기술 수준은 높다.

한 줄 요약: LG는 2026년 고분자계로 '세계 최초 전고체 양산' 타이틀을 먼저 가져가고, 2029년 황화물계로 끝판왕 승부를 건다.


7. 국내 3사 + 중국 비교 정리

 

항목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중국 업체
EV 양산 목표 2027년 하반기 (각형) 고분자계 2026년 / 황화물계 2029년 2026년 (반고체 포함)
로봇·항공 목표 2027년 (파우치형) 2030년 전기차 중심
현재 단계 공정 설계 진입 파일럿 라인 구축 중 반고체 양산 경험 축적 중
전기차용 방식 각형 무음극 황화물계 고분자계 + 흑연계 황화물계 반고체 → 황화물계 이식
핵심 전략 성능·속도 동시 타이틀 선점(고분자)→끝판왕(황화물) 반고체 경험→황화물계 속공
리스크 높은 단가, 일정 지연 황화물계 타이밍 늦음 완전 전고체 완성도 미검증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중국은 반고체 양산 경험을 발판 삼아 황화물계로 속공을 노린다. 삼성은 완전 전고체 하나로 성능과 속도를 동시에 잡으려 한다. LG는 고분자계로 타이틀을 먼저 가져가고 황화물계로 끝판왕 승부를 건다.

어느 전략이 실제 돈이 되는지는 2027~2029년이 되어야 윤곽이 나올 것이다.


8. 그런데 전고체가 전기차에 들어갈 수나 있을까 — 너무 비싸지 않나

"전고체는 비싸서 전기차엔 못 들어간다"는 말이 많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결론까지 맞는 건 아니다.

지금 당장은 LFP가 대세다.

2026년 기준으로 LFP 배터리 점유율이 NCM을 제치고 전 세계 1위에 올라설 전망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니켈·코발트 같은 고가 금속을 쓰지 않으니 원가가 낮고, 수명도 NCM 대비 1.5~2배 길다. 배터리 팩 가격은 이미 일부 지역에서 kWh당 70달러대에 진입하거나 근접했다. 내연기관차와의 가격 역전(Price Parity)이 시작되는 구간이다. CATL은 LFP 원가를 50%까지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그렇다고 전고체가 전기차에 못 들어가는 건 아니다.

전고체가 비싸다는 건 셀 단위 원가 얘기다. 팩 전체로 보면 계산이 달라진다. 전고체는 분리막이 사라지고, 전해질 충진 공정이 단순해지며, 냉각·안전 구조도 간소화된다. 셀은 비싸도 팩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줄어드는 구조다. 실제로 유럽 완성차 업체에서도 "전고체는 셀 가격이 비싸도, 냉각·팩 구조 절감으로 차량 원가로 보면 비슷하거나 오히려 유리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주요 기업들 역시 전고체 초기 원가는 높지만, 2030년 이후에는 리튬이온과 역전될 가능성을 공식 자료에서 제시하고 있다.

시장은 두 트랙으로 나뉜다.

전기차가 배터리 하나로 다 통일되는 시장이 아니다. 이미 지금도 테슬라는 보급형에 LFP, 장거리형에 NCM을 따로 쓰고 있다. 전고체가 상용화되면 이 구조가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이다. 

차급  배터리 시점
보급형 (2,000~3,000만원대) LFP 지금~당분간
중급형 (4,000~6,000만원대) NCM / LMFP 경합 중
프리미엄 (7,000만원 이상) 전고체 2027~2030년 진입
로봇·항공 전고체 (무음극) 가장 먼저

전고체의 시장 진입 순서는 이렇다. 로봇·UAM 같은 특수 장비에 먼저 들어가고, 그 다음이 프리미엄 전기차, 그 다음이 중급형이다. 보급형까지 내려오는 건 2035년 이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론은 이거다.

LFP는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고, 전고체는 프리미엄 시장을 열면서 가격을 내린다. 둘은 경쟁이 아니라 서로 다른 레인에서 뛴다.

삼성SDI와 LG에너지솔루션이 LFP 양산과 전고체 개발을 동시에 진행하는 이유가 바로 그거다. LFP로 지금 돈을 벌고, 전고체로 2030년 이후 시장을 준비한다. 두 시장을 동시에 커버하는 구조를 만들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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