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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스크린에서 숨긴 것들/매트릭스

매트릭스 캐스팅 비하인드 — 네오 역할을 거절한 배우들

by blade. 2026. 3. 14.

1999년, 매트릭스가 개봉하면서 키아누 리브스는 '네오'라는 이름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지금은 그 캐릭터와 배우가 완전히 하나로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다른 결말이 날 뻔했다. 영화가 제작에 들어가기 전까지, 네오 역할은 할리우드 대형 스타들 사이를 꽤 오래 떠돌았다.


워쇼스키 감독들의 처음 선택지

제작사인 워너 브라더스는 당시 워쇼스키 자매가 연출 경력이 많지 않다는 점을 우려했다. 그 전 작품은 저예산 스릴러 '바운드(Bound)' 한 편뿐이었다. 대형 예산이 들어가는 SF 액션인 만큼, 스튜디오 입장에서는 메인 캐릭터에 이름값 있는 배우를 붙이고 싶었다. 이 때문에 네오 역할 후보자 명단은 상당히 길었다.


거절한 배우들

니콜라스 케이지 — 첫 번째 접촉

니콜라스 케이지가 제작진이 처음으로 접근한 배우였다는 이야기가 여러 매체를 통해 전해진다. 당시 케이지는 《더 록》(1996), 《콘 에어》(1997)로 흥행력을 증명하고 있었다. 그런데 케이지는 촬영 일정 문제로 거절했다. 호주에서 장기간 진행되는 제작 일정이 가족과 너무 오래 떨어져야 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인터뷰에서 케이지는 매트릭스와 반지의 제왕 모두를 같은 이유로 거절했다고 직접 밝혔다.

브래드 피트 — 승낙했다가 번복

브래드 피트는 처음에 출연 의사를 밝혔다. 다만 《티베트에서의 7년》(1997) 촬영이 끝난 직후 완전히 지쳐 있었고, 결국 하차를 선택했다. 피트는 당시 매트릭스가 3부작이 아닌 단편 영화로 소개됐다는 점도 언급했지만, 그게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아니었다고도 했다. 나중에 피트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레드 알약을 먹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가 그 역할을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말도 남겼다. 피트는 같은 해 데이비드 핀처의 《파이트 클럽》에 출연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 타이타닉 직후

《타이타닉》(1997)이 전 세계적인 흥행을 기록한 직후, 디카프리오는 할리우드에서 가장 뜨거운 배우 중 한 명이었다. 제작자 로렌조 디 보나벤투라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 디카프리오는 출연 의사를 밝혔고 미팅도 진행했다. 그런데 이후 그가 꺼낸 이유가 이렇다. "타이타닉에서 이미 시각 효과 영화를 한 번 찍었는데, 또 하기가 힘들다." 결국 그는 빠졌다. 디카프리오는 이후 인터뷰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맞는 선택이었다고 인정했다. 그가 비슷한 장르에 다시 도전한 건 한참 후인 크리스토퍼 놀란의 《인셉션》(2010)이었다.

윌 스미스 —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선택

윌 스미스는 당시 《나쁜 녀석들》, 《인디펜던스 데이》, 《맨 인 블랙》으로 박스오피스 보증수표로 통하던 배우였다. 워너 브라더스 입장에서는 가장 탐나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스미스는 거절했다. 이유는 본인의 말로 직접 들어보는 게 낫다. "워쇼스키 감독들이 불릿타임 장면을 설명했는데, 내가 뭘 촬영하는 건지 도무지 이해를 못 했다." 스미스는 대신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를 선택했고, 이 작품은 상업적·비평적으로 실패했다.

스미스는 이후 유튜브 채널에서 이 선택을 회고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하나 더 언급했다. 당시 제작진은 스미스가 네오를 맡으면 모피어스 역에 발 킬머를 기용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었다. 스미스 본인의 말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내가 흑인이기 때문에, 모피어스도 흑인 배우가 아니었을 거다. 당시 발 킬머가 모피어스 후보였으니까. 그러면 로런스 피시번의 모피어스는 없었겠지. 내가 영화를 망쳤을 것 같다. 오히려 잘된 일이다."

조니 뎁 — 워쇼스키의 원픽, 스튜디오가 막다

흥미로운 구조가 하나 있다. 워쇼스키 감독들이 처음부터 원했던 배우는 워너 브라더스가 밀었던 이름들과 달랐다. 매트릭스 음악감독 돈 데이비스의 2000년 인터뷰에 따르면, 워쇼스키가 네오 역할로 제일 먼저 점찍은 배우는 조니 뎁이었다. 당시 뎁은 《도니 브래스코》(1997), 《라스베이거스의 공포와 혐오》(1998)로 주가를 올리고 있었다.

반면 스튜디오인 워너 브라더스는 박스오피스 규모가 더 큰 이름을 원했다. 브래드 피트나 발 킬머 쪽이었다. "브래드 피트가 한다면 당장 제작을 확정하겠다"는 말까지 나왔다. 두 사람 모두 거절하면서 워쇼스키는 다시 뎁을 밀었지만, 스튜디오가 계속 난색을 표했다. 뎁이 구체적으로 왜 최종 낙점되지 못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된 발언이 없다. 스케줄 문제였다는 말도 있고, 스튜디오와 감독 사이의 이견으로 정리됐다는 말도 있다. 결국 뎁은 빠졌고, 이후 키아누 리브스가 스튜디오의 지지를 받으며 최종 결정됐다.

발 킬머는 《배트맨 포에버》(1995) 이후 제작진이 어떻게든 끌어들이고 싶었던 배우였다. 네오 역할을 제안했을 때 킬머는 빠르게 거절했다. 그러자 제작진은 모피어스 역할도 제안했는데, 이것도 거절했다. 킬머는 대신 로맨틱 드라마 《첫눈에 반하여(At First Sight)》를 선택했다. 이 영화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완 맥그리거 — 거절이 아닌 불발

이완 맥그리거도 후보군에 있었다는 이야기가 여러 매체에 전해진다. 《트레인스포팅》(1996)으로 주목받고, 《스타워즈: 에피소드 1》(1999)에서 오비완 케노비 역을 맡기로 돼 있던 시점이었다. 다만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게 있다. 맥그리거 본인은 플레이보이 인터뷰에서 "나는 거절한 적 없다. 내가 했다면 큰일 났을 것"이라고 직접 말했다. 스타워즈 계약이 먼저 체결된 상태에서 에이전트 선에서 정리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거절'보다는 '처음부터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쪽이 더 정확하다.

네오 역할 후보가 계속 빠지자, 제작진은 상당히 이례적인 방향도 고려했다. 프로듀서 로렌조 디 보나벤투라의 말에 따르면 "이렇게까지 많이 거절당하다 보니 샌드라 불록에게도 연락했고, 네오를 여성 캐릭터로 바꾸는 것까지 검토했다"고 한다. 불록은 《스피드》(1994)에서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작업한 적 있는 배우였다. 그러나 불록도 거절했다. 당시 자신의 커리어 방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마돈나 — 역할 미확인

마돈나가 매트릭스 출연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은 본인이 방송에서 직접 언급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잘 만들어진 영화인데, 거절한 게 조금 후회된다"는 말을 남겼다. 어떤 역할이었는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트리니티였다는 말도 있고, 성별을 바꾼 네오 역할이었다는 추측도 있다.


키아누 리브스가 선택된 이유

많은 스타들이 빠진 이후, 키아누 리브스에게 제안이 갔다. 당시 리브스는 《스피드》(1994)로 인지도가 있었지만 최정상 스타 반열은 아니었다. 그러나 워쇼스키 감독들이 찾던 건 다른 종류의 에너지였다. 존재감을 과시하는 배우가 아니라, 평범한 사람이 변해가는 과정을 조용하게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배우였다.

리브스는 계약 당시 목 수술을 받은 직후였다. 그 상태에서 촬영을 결정했고, 목 보호대를 찬 채로 무술 훈련에 합류했다. 배우와 제작진 모두 이 부분을 인상 깊게 기억하고 있다. 최종 낙점 이후 리브스는 4개월에 달하는 무술 훈련을 소화했고, 실제 촬영 중에도 와이어 작업과 격투 시퀀스를 직접 수행했다.

지금 돌아보면, 위에서 거절한 배우들 모두가 각자의 이유로 다른 결말을 맞이했다. 피트는 《파이트 클럽》을 찍었고, 디카프리오는 스코세이지·스필버그와 함께하는 커리어를 이어갔다. 맥그리거는 오비완 케노비가 됐다. 그리고 키아누 리브스는 네오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