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식/이것저것 주식-경제 관련 이야기

짐 켈러의 텐스토렌트, '블랙홀'로 엔비디아에 도전한다

by blade 2026. 6. 14.

짐 켈러의 텐스토렌트, '블랙홀'로 엔비디아에 도전한다

AI 반도체 시장은 사실상 엔비디아 하나가 끌고 간다. 학습이든 추론이든 엔비디아 칩과 쿠다(CUDA) 생태계를 안 쓰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 구조를 정면으로 흔들겠다는 회사가 있다. 캐나다·미국 기반 스타트업 텐스토렌트(Tenstorrent)다. 2016년에 세워졌고, 반도체 업계의 전설적인 설계자로 불리는 짐 켈러(Jim Keller)가 CEO로 있다.

이 회사가 최근 세 가지로 주목받고 있다. 3월에는 데스크톱용 AI 워크스테이션 '콰이어트박스 2'를 공개했고, 5월 1일에는 차세대 AI 가속기 '블랙홀' 기반 서버 '갤럭시'를 정식 출시했다. 그리고 5월 중순에는 인텔·퀄컴 같은 대형 업체들이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나왔다. 세 흐름을 묶어서 정리한다.


1. 짐 켈러는 누구인가

텐스토렌트를 이해하려면 먼저 짐 켈러를 알아야 한다. 이 회사가 주목받는 이유의 절반은 그가 CEO라는 사실 자체다. 업계에서는 그를 '반도체의 신'이라고 부른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가 손댄 칩이 거의 다 성공했기 때문이다.

경력을 따라가면 이렇다.

  • 1982년 DEC: 알파(Alpha) 프로세서를 설계했다. 당시 최고 성능 CPU 중 하나였다.
  • 1990년대 후반 AMD: 애슬론(K7)과 K8(AMD64)을 설계했다. 인텔에 밀리던 AMD를 라이벌로 끌어올린 칩이다.
  • 2008년 애플: 아이폰·아이패드에 들어간 A4, A5 칩을 설계했다. 애플이 자체 칩을 만들기 시작한 출발점이다.
  • 2012년 AMD 복귀: 젠(Zen) 아키텍처를 설계했다. 이게 2017년 라이젠(Ryzen)으로 나오면서 AMD가 다시 살아났다.
  • 2016년 테슬라: 자율주행용 FSD(완전자율주행) 칩을 설계했다.
  • 2018년 인텔을 거쳐, 2020년 말 텐스토렌트에 합류했고 2023년부터 CEO를 맡고 있다.

정리하면 AMD 부활(라이젠), 애플 아이폰 칩, 테슬라 자율주행 칩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그가 "엔비디아를 상대하겠다"고 하면 시장이 일단 귀를 기울이는 이유다.


2. 텐스토렌트가 뭐 하는 회사인가

용어부터 짚고 가자. AI 칩이라고 하면 보통 엔비디아 GPU를 떠올린다. 텐스토렌트가 만드는 건 NPU(신경망처리장치)에 가깝다. AI 연산에 특화된 칩이라는 뜻이다.

텐스토렌트의 특징은 오픈소스 기반으로 칩을 설계한다는 점이다. 칩 안에 들어가는 핵심 코어를 RISC-V(리스크 파이브)라는 오픈소스 설계 규격으로 만든다. 보통 칩 설계는 ARM 같은 회사에 라이선스 비용을 내고 설계를 빌려 쓰는데, 오픈소스를 쓰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핵심 칩의 이름은 블랙홀(Blackhole)이다. 이 칩 하나를 가지고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부터 대형 서버까지 제품을 만든다.


3. 왜 '추론' 시장을 노리나

텐스토렌트가 강조하는 건 AI 시장의 무게중심이 학습에서 추론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 학습(training): AI 모델을 처음 만들 때 데이터를 먹여 똑똑하게 만드는 과정.
  • 추론(inference): 다 만들어진 모델을 실제로 굴려서 답을 뽑는 과정.

회사 설명에 따르면 지금 클라우드 AI 인프라 지출의 55% 이상이 추론에 쓰이고 있고, 추론 시장 규모는 약 375억 달러에 이른다. 즉 모델을 만드는 것보다 굴리는 데 돈이 더 많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추론을 하려면 보통 두 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는 점이다. 하나는 쓸수록 요금이 늘어나는 클라우드 토큰 과금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를 들여다볼 수 없는 폐쇄형 하드웨어다. 텐스토렌트는 이 사이에서 "직접 사서 내 손으로 굴리는" 제3의 선택지를 노린다.


4. 제품 라인업 — 데스크톱부터 서버까지

블랙홀 칩으로 만든 제품은 크게 두 종류다.

(1) 콰이어트박스 2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

3월 12일 공개됐다. 책상 위에 두고 쓰는 저소음 데스크톱이다. 핵심은 대형 AI 모델을 인터넷 없이 내 기기에서 돌릴 수 있다(온디바이스)는 점이다.

  • 블랙홀 ASIC 4개를 하나로 연결, 텐식스(Tensix) 코어 총 480개
  • 연산 성능 2,654테라플롭스(BlockFP8 기준)
  • 메모리: GDDR6 128GB + DDR5 시스템 메모리 256GB
  • 저소음을 위해 액체 냉각 채택
  • 가격 9,999달러(약 1,490만 원)부터, 2분기 글로벌 출시

성능 예시를 보면 1,200억(120B) 파라미터급 GPT-OSS 모델을 로컬에서 돌릴 수 있고, 라마 3.1 70B는 초당 약 476.5토큰을 처리한다. 단백질 구조 예측 모델(볼츠-2)로는 CPU에서 약 45분 걸리는 작업을 약 49초로 줄였다고 한다. 일반 가정용 120V 콘센트에 꽂아 바로 쓸 수 있고, 우분투와 소프트웨어가 미리 깔려 나온다.

이 구조는 데이터를 외부에 안 보내도 된다는 점에서 보안·규제가 까다로운 분야(연구소, 병원, 금융 등)에 맞다.

참고로 이 카드·워크스테이션은 시제품이 아니라 현재 정식 판매 중이다. 텐스토렌트 공식 스토어에 "재고 있음, 즉시 배송"으로 올라와 있고, 블랙홀 카드 단품(p100a 999달러, p150 1,399달러)과 콰이어트박스 워크스테이션을 바로 살 수 있다. 다른 AI 칩 스타트업들이 발표만 하고 물건은 못 내놓는 것과 달리, 실제 제품을 출하해 온 회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2) 갤럭시 (서버 시스템)

5월 1일 'TT-DEPLOY' 행사에서 나왔다. 블랙홀 카드 32장을 묶은 서버다.

  • 성능 FP8 기준 23페타플롭스
  • 메모리: GDDR6 1TB, SRAM 6.2GB, 시스템 메모리 576GB
  • 호스트 CPU는 AMD 에픽 9004
  • 데스크톱과 달리 공랭식 채택(비용 우선)
  • 가격 11만 달러(약 1억 6,200만 원)부터

이전 세대인 웜홀(Wormhole) 서버(약 7만 달러)보다 연산 성능이 2배 이상 높아진 게 핵심이다. 참고로 블랙홀 카드 한 장은 약 999달러(약 147만 원)부터 시작한다.

다만 갤럭시 서버는 카드·워크스테이션과 달리 5월 발표 시점에 출하 초기 단계였다. 시제품(A0)이 나오고 소프트웨어 오류를 마무리하던 상황이었고, 갤럭시에 들어가는 카드(p150b)의 정식 양산 스펙도 한동안 공개되지 않았다. 즉 카드·워크스테이션은 이미 시장에 풀렸지만, 대형 서버는 막 굴러가기 시작한 단계로 보는 게 정확하다. 발표에 나온 서버 성능·비용 수치를 예비 수치로 봐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 핵심은 '비싸게 안 만들었다'는 점

이 회사 제품을 관통하는 건 성능 수치가 아니라 원가를 줄인 방식이다. 짐 켈러는 비싼 부품을 의도적으로 피했다고 설명한다.

  • 메모리: 고가의 HBM 대신 GDDR6를 썼다.
  • 공정: 최신 공정 대신 6나노미터를 채택했다.
  • 연결 방식: 엔비디아 독자 규격 대신 표준 이더넷을 썼다.
  • 코어: 오픈소스 RISC-V로 라이선스 비용을 줄였다.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이 HBM을 안 썼다는 점이다. HBM은 엔비디아 고성능 칩에 들어가는 고가 메모리고, 지금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핵심 먹거리다. 그런데 HBM은 최근 공급 부족이 심하다. 텐스토렌트는 "공급이 불안한 HBM에 매달리지 말고, 상대적으로 구하기 쉬운 GDDR6로 가자"는 쪽을 택했다.

대신 칩 내부에 고밀도 SRAM을 넣어 데이터 흐름 방식으로 처리한다. 이렇게 하면 기존 GPU에서 생기는 DRAM 병목을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정리하면 "비싼 HBM 없이도 추론은 충분히 돌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참고로 지금 블랙홀 칩 자체는 큰 칩 하나를 통째로 만드는 모놀리식(단일 다이) 방식이다. 다만 텐스토렌트는 다음 세대 칩(코드명 그렌델·퀘이사 등)부터 작은 칩을 따로 만들어 레고처럼 이어 붙이는 칩렛(Chiplet) 방식으로 갈 계획이다. 칩렛은 큰 칩을 통째로 굽는 것보다 불량률(수율)을 낮춰 원가를 더 줄일 수 있다. 텐스토렌트는 2025년 칩렛 표준화를 위한 '오픈 칩렛 아틀라스(OCA)' 생태계도 출범시켰는데, 여기에 LG 등 50여 곳이 참여했다.


6. 성능 주장 — 좋아 보이지만 출처는 확인하고 보자

텐스토렌트는 서버(갤럭시) 발표에서 두 가지를 강조했다. 다만 이 수치들은 대부분 텐스토렌트가 직접 내놓거나 한 분석 기관을 통해 공개한 자료다. 독립 기관이 똑같은 조건에서 검증한 게 아니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1) 추론 비용

딥시크 R1 671B 모델을 돌릴 때를 비교했다. 엔비디아 GB300 NVL72는 초당 200토큰을 넘기면 비용이 급격히 오른다. 초당 300토큰이면 약 30달러(약 4만 4,000원) 수준이다. 그래서 많은 클라우드 업체가 이 모델을 초당 150토큰 이하로만 제공한다.

반면 갤럭시 블랙홀 서버는 초당 350토큰까지 5달러(약 7,400원)를 안 넘고, 500토큰을 넘어도 6달러(약 8,800원) 정도다. 처리량이 많아질수록 비용 차이가 벌어진다는 주장이다.

(2) 영상 생성 속도

Wan 2.2 A14B 모델로 720p 영상을 만들 때의 결과다.

  • 엔비디아 + 프로디아 조합: 초당 3.5프레임
  • xAI 그록 조합: 초당 5.5프레임
  • 텐스토렌트 + 프로디아 조합: 초당 33.8프레임

초당 30프레임이면 영상이 실시간으로 만들어지는 수준이다. NPU가 LLM뿐 아니라 영상 생성 같은 다른 작업도 잘한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정리하면 수치 자체는 인상적이지만, "엔비디아의 5분의 1 비용" 같은 표현은 회사 측 홍보 성격이 섞여 있다고 보는 게 안전하다.


7. 신생 AI 칩 회사의 최대 난관 — 소프트웨어

AI 칩 스타트업이 가장 어려워하는 게 소프트웨어다. 엔비디아가 강한 이유도 칩 성능보다 쿠다라는 소프트웨어 생태계 때문이다. 개발자들이 이미 쿠다에 익숙해서 다른 칩으로 갈아타기가 번거롭다.

텐스토렌트는 이 문제를 소프트웨어 전체를 오픈소스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푼다. 일부 인터페이스만 여는 게 아니라 컴파일러부터 커널까지 모든 레이어를 개발자가 직접 보고 고칠 수 있게 했다.

  • TT-포지(TT-Forge): 오픈소스 AI 컴파일러. 그래프 변환·최적화·실행 과정을 직접 확인 가능.
  • TT-메탈리움(TT-Metalium): 저수준 SDK. 커널 수준에서 연산을 제어.
  • TT-LLK: 저수준 커널 소프트웨어 기능 담당.

여기에 파이토치, 텐서플로, ONNX, JAX, 패들패들 같은 널리 쓰는 프레임워크와 호환된다. 개발자가 쓰던 도구를 크게 안 바꾸고 텐스토렌트 칩으로 옮길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8. 전략 — 엔비디아의 반대편에 선다

텐스토렌트의 기조는 'Crush Everyone(모두를 박살 낸다)'이다. 농담 섞인 표현이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엔비디아가 독자 생태계로 시장을 닫아놨다면, 텐스토렌트는 정반대로 간다.

  • 칩 코어: 오픈소스(RISC-V)
  • 연결 방식: 표준 이더넷
  • 소프트웨어: 업계 표준 프레임워크 호환 + 전체 오픈소스

즉 "모든 AI 기업이 우리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쓰게 하겠다"는 개방형 전략이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모든 레이어를 개발자가 직접 통제할 수 있다는 점을 짐 켈러는 핵심 철학으로 내세운다.

RISC-V는 텐스토렌트만 쓰는 규격도 아니다. 오픈소스 표준이라 여러 빅테크도 들여다보는 영역이고, 텐스토렌트는 그중 가장 앞서가는 주자 중 하나다. 엔비디아의 쿠다 독점에 피로감을 느끼는 기업들이 모일 수 있는 '개방 진영'을 만들겠다는 그림으로 읽을 수 있다.


9. 그런데 엔비디아도 추론에 진심이다

여기서 짚고 갈 게 있다. "엔비디아는 학습만 하고 추론은 비어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현실은 반대다. 엔비디아는 학습을 거의 독점한 상태에서 추론까지 빠르게 메우는 중이다. 방법은 두 가지다.

(1) 추론 전용 칩을 직접 냈다 — 그것도 GDDR로

엔비디아는 2025년 9월 루빈 CPX(Rubin CPX)라는 장문맥 추론 전용 GPU를 발표했다. PC용 보급형이 아니라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추론 전용 칩인데, 흥미로운 건 이 칩이 HBM이 아니라 GDDR7을 썼다는 점이다. GDDR7은 HBM보다 싸고, 추론의 특정 작업(KV 캐시 읽기 등)에는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텐스토렌트가 내세운 "추론엔 HBM이 꼭 필요하진 않다"는 논리를, 엔비디아도 일부 제품에서 똑같이 인정한 셈이다.

다만 엔비디아가 HBM을 버린 건 아니다. 추론을 두 단계로 쪼개는 '분리형 추론' 방식을 쓰는데, 컨텍스트를 만드는 단계는 GDDR7로 충분한 루빈 CPX가 맡고, 답을 생성하는 단계는 여전히 HBM이 유리한 일반 루빈 GPU가 맡는다. 즉 작업 성격에 따라 GDDR7과 HBM을 나눠 쓰는 구조다. 엔비디아의 주력 고성능 칩(일반 루빈 등)은 계속 최신 HBM 기반이다.

정리하면 노선이 분명히 다르다. 엔비디아는 '특정 추론 작업에만 GDDR7을 곁들이는' 정도이고, 주력 데이터센터 칩은 HBM을 고수한다. 반면 텐스토렌트는 데이터센터 서버(갤럭시)까지 HBM을 전면 배제하고 GDDR6로 갔다. HBM을 부분적으로 곁들이느냐, 아예 안 쓰느냐의 차이다.

(2) 추론 강자 '그록'을 기술 라이선스로 끌어안았다

더 결정적인 건 그록 거래다. 엔비디아는 2025년 12월, 초저지연 추론 칩(LPU)으로 유명한 스타트업 그록(Groq)과 약 200억 달러 규모의 비독점 기술 라이선스 계약 겸 핵심 인력 영입(애퀴하이어)을 맺었다.

여기서 짚어둘 게 있다. 이건 '인수'가 아니다. 그록은 법적으로 독립 회사로 남고 클라우드 사업도 계속한다. 새 CEO도 따로 선임됐다. 다만 창업자 조너선 로스를 포함한 엔지니어·설계자 대부분(약 80~90%)이 엔비디아로 옮겨갔고, 엔비디아는 그록의 특허와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는 라이선스를 확보했다. 회사 간판은 남았지만 알맹이(인력·기술)는 엔비디아가 가져간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걸 엔비디아가 추론 시장의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를 무력화한 거래로 본다. 다만 이 딜은 비독점 라이선스 형태로 짜여 합병 심사를 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고, 2026년 3월 미국 상원의원들이 반독점 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참고로 한 IT 매체는 엔비디아가 2026년 3월 루빈 CPX를 취소하고 그록 기술로 대체했다고 보도했는데, 이건 아직 단일 출처라 단정하긴 이르다. 그록 딜 자체는 여러 곳에서 확인됐다.)

정리하면, 텐스토렌트가 노리는 추론 영역은 이미 엔비디아가 자체 칩과 그록 인수로 채우고 있다. 텐스토렌트 입장에선 경쟁 환경이 더 빡세진 셈이다.


10. 텐스토렌트 인수설 — 인텔·퀄컴이 접촉했다

블랙홀 서버 출시 약 2주 뒤, 또 다른 소식이 나왔다. 5월 18일 블룸버그 보도(국내는 5월 19일 보도)에 따르면, 텐스토렌트가 인텔·퀄컴 등 대형 반도체 기업들과 인수 관련 초기 접촉을 받았다.

정리하면 이렇다.

  • 텐스토렌트는 투자은행들과 옵션을 검토 중이다.
  • 인수가 성사될 경우 기업가치는 최소 50억 달러를 넘을 수 있다.
  • 인수 관심을 받는 동시에, 신규 투자 유치(펀딩 라운드)도 병행하고 있다.
  • 텐스토렌트·인텔·퀄컴 모두 공식 논평은 거부했다.

참고로 지난해 11월에는 피델리티 주도로 자금을 모으던 당시 기업가치가 약 32억 달러로 거론된 적이 있다. 불과 반년 만에 거론되는 몸값이 크게 오른 셈이다.


11. 왜 지금 갑자기 주목받나

텐스토렌트 한 회사만의 일이 아니다. 특화형 AI 추론 칩 스타트업 전반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는 흐름이다. 배경에는 비슷한 회사들의 사례가 있다.

  • 세레브라스 시스템즈: 특화형 AI 칩 회사. 희망가를 웃도는 주당 185달러에 상장해 약 55억 달러를 조달했고(2025년 미국 기술 IPO 중 최대 규모), 상장 직후 주가가 큰 폭으로 뛰었다.
  • 그록(Groq): 앞서 본 대로 엔비디아가 약 200억 달러에 기술 라이선스 + 핵심 인력 영입(인수는 아님).
  • 샘바노바: 인텔 캐피털이 투자한 회사로, 신규 펀딩 라운드가 가시화됐다.

요약하면 "추론 칩에 특화된 스타트업이 돈이 된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대형 업체들이 인수나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분위기다.


12. 국내 독자를 위한 포인트 — 삼성·현대차·LG와의 연결

텐스토렌트는 한국과 생각보다 깊게 엮여 있다. 국내 투자자라면 이 부분을 챙겨볼 만하다.

첫째, 칩을 삼성 파운드리에서 만든다. 텐스토렌트는 차세대 AI 칩렛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SF4X(4나노) 공정으로 양산하기로 했다. 생산은 삼성의 미국 텍사스 테일러 공장에서 이뤄진다. 즉 텐스토렌트가 잘되면 삼성 파운드리도 일감을 받는 구조다. 엔비디아가 주로 TSMC를 쓰는 것과 달리, 텐스토렌트는 삼성 생태계에 들어와 있다는 점이 포인트다.

둘째, 한국 대기업들이 전략 투자자다. 2023년 8월 텐스토렌트는 약 1억 달러를 조달했는데, 이 라운드를 현대차그룹이 주도했다. 현대차가 3,000만 달러, 기아가 2,000만 달러를 넣었고, 나머지는 삼성 카탈리스트 펀드 등이 채웠다. 현대차그룹은 이 투자를 통해 미래 현대·기아·제네시스 차량과 로보틱스에 텐스토렌트 설계를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LG전자도 스마트TV와 차량용 제품에 텐스토렌트 칩을 넣는 협력을 진행해 왔다. 2026년 2월에도 현대·기아·삼성 등이 참여한 추가 1억 달러 규모 조달이 있었다.

셋째, 단순 투자가 아니라 IP(설계자산) 라이선스로도 엮여 있다. 텐스토렌트는 칩만 파는 게 아니라 자사 RISC-V CPU·AI 코어를 설계자산으로 빌려주는 IP 라이선스 사업도 한다. 흥미롭게도 지금까지 회사 매출 상당수가 이 IP 거래에서 나왔고, LG와 현대가 그 라이선시다. 텐스토렌트는 차량용 RISC-V 코어(TT-Ascalon)를 별도로 키우고,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 관련 협력(EU의 CHASSIS 프로그램, AutoCore와의 제휴 등)도 넓혀가는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단순 재무 투자자를 넘어, 미래차에 텐스토렌트 기술을 실제로 쓰려는 그림으로 읽힌다.

여기서 관전 포인트가 생긴다. 인텔·퀄컴이 텐스토렌트 인수에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이 나온 가운데, 한국 대기업들은 이미 전략 투자자(SI)이자 IP 라이선시로 들어가 있다. 만약 텐스토렌트가 비싼 값에 인수되면 기존 투자자인 한국 대기업의 지분 가치도 오른다. 반대로 자율주행 칩이나 가전용 AI 칩 협력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수와 무관하게 협력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다만 주의할 점도 있다. 이 투자·협력 중 일부는 양산 제품으로 이어지기 전 단계이고, 과거 일부 투자설은 당사자들이 부인한 적도 있다. 확정된 사실(삼성 파운드리 생산, 현대차그룹 주도 투자, LG 협력)과 아직 진행 중인 계획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13. 투자 관점에서 정리

마지막으로 종목·시장 관점에서 짚을 점이다.

텐스토렌트는 비상장이다. 그래서 이 회사 자체를 직접 살 수는 없다. 이 소식은 종목보다 경쟁 구도와 시장 흐름을 읽는 자료로 보는 게 맞다.

그 위에서 네 가지를 본다.

  1. HBM을 안 쓴 추론 칩의 확산: 흥미로운 건 텐스토렌트뿐 아니라 엔비디아(루빈 CPX)도 추론 일부 작업에 HBM 대신 GDDR을 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메모리 시장(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HBM 수요 서사에 당장 타격은 아니지만, "추론의 일부 단계에는 HBM이 꼭 필요하진 않다"는 흐름은 계속 볼 만하다. 반대로 추론 전용 칩이 늘면서 GDDR 수요가 넓어진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2. 추론 시장은 이미 엔비디아가 메우는 중: 학습은 엔비디아 독점이고, 추론도 자체 칩 + 그록 인수로 빠르게 채우고 있다. 텐스토렌트 같은 스타트업이 노리던 빈틈이 좁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텐스토렌트의 차별점은 '추론 특화'만으로는 부족하고, 완전 오픈소스 + 더 싼 가격 + 온프레미스/온디바이스라는 조합으로 좁혀진다.
  3. 한국 생태계 연결: 삼성 파운드리가 텐스토렌트 칩을 생산하고, 현대차그룹·LG가 전략 투자자이자 협력사다. 텐스토렌트의 성패는 삼성 파운드리 일감, 현대차 자율주행 칩, LG 가전 AI 같은 국내 이슈와도 연결된다. 인수설이 현실이 되면 한국 SI들의 지분 가치 변화도 관전 포인트다.
  4. 인수·투자 흐름: 인텔·퀄컴이 텐스토렌트에 관심을 보였다는 건, 두 회사가 AI 추론 칩 레이어를 보강하려 한다는 신호다. 엔비디아의 그록 인수와 같은 맥락이다. 이런 거래가 늘면 관련 상장사들의 평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14. 비슷한 회사 리스트

텐스토렌트는 비상장이라 개인이 직접 살 수 없다. 그렇다면 비슷한 추론 칩 회사 중 투자로 접근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일까. 핵심은 상장 여부메모리 전략이다.

회사 국적 상장 여부 메모리 한 줄 특징
텐스토렌트 캐나다·미국 비상장 GDDR6 RISC-V 오픈소스, 저가
퓨리오사AI 한국 비상장(IPO 검토) HBM3 보도 기준 메타의 인수 제안 거절, LG·OpenAI 협력
리벨리온 한국 비상장(2026년 IPO 예정) HBM3E 사피온과 합병, 한국 대표 주자
세레브라스 미국 상장(티커 CBRS) 자체 웨이퍼·SRAM 지금 주식으로 직접 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
그록 미국 비상장(독립 유지, 엔비디아가 기술 라이선스·인력 영입) SRAM(LPU) 엔비디아(NVDA) 통한 간접 노출
샘바노바 미국 비상장 - 인텔 캐피털 투자

표를 보면 흐름이 보인다. 추론 칩 스타트업은 대부분 비상장이라 개인이 직접 못 산다. 지금 주식으로 직접 살 수 있는 건 사실상 상장한 세레브라스(CBRS) 정도다. 그록은 독립 회사로 남았지만 핵심 인력·기술을 엔비디아가 가져갔으니, 엔비디아(NVDA) 주식이 곧 간접 노출이 된다. 리벨리온은 2026년 IPO를 계획 중이라, 상장하면 그때 직접 투자 길이 열린다. 텐스토렌트와 퓨리오사는 당분간 비상장이다.

"더 안전한" 쪽을 본다면, 변동성 큰 스타트업 자체보다 이들과 엮인 상장 대기업으로 우회해서 노출을 잡는 방법이 있다.

  • 삼성전자: 텐스토렌트 칩을 파운드리에서 생산하고, 카탈리스트 펀드로 투자도 했다.
  • SK하이닉스: 리벨리온의 투자자이자 HBM 공급처다.
  • 현대차·기아: 텐스토렌트의 주요 전략 투자자다.
  • LG전자: 퓨리오사·텐스토렌트 양쪽과 협력해 왔다.
  • 인텔·퀄컴: 텐스토렌트 인수에 관심을 보인 상장사다.

다만 이 대기업들은 본업 규모가 워낙 커서, AI 추론 칩 한 곳의 성패가 주가에 주는 영향은 희석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리고 짚어둘 게 있다. 상장됐다고 안전한 건 아니다. 세레브라스만 해도 매출이 소수 대형 고객에 쏠려 있고 밸류에이션이 높다는 지적을 받는다. AI 칩 스타트업과 관련주 전반이 기대가 많이 반영된 고변동 영역이다. 이 글은 회사들을 정리한 정보일 뿐 투자 추천이 아니며,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다.


마무리

텐스토렌트의 메시지는 한 줄로 요약된다. "AI 칩을 꼭 비싸게 만들 필요는 없다." HBM 대신 GDDR6, 독자 규격 대신 표준 이더넷, 폐쇄 생태계 대신 오픈소스로 엔비디아의 반대편에 섰다. 데스크톱(콰이어트박스 2)부터 서버(갤럭시)까지 같은 칩으로 라인업을 넓힌 점도 특징이다.

다만 엔비디아도 가만있지 않는다. 추론 전용 칩을 내고 그록까지 흡수하며 추론 시장을 빠르게 메우는 중이다. 여기에 인텔·퀄컴의 인수 관심까지 더해지면서, 특화형 추론 칩 스타트업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국면이다. 텐스토렌트는 비상장이라 직접 투자 대상은 아니지만, 짐 켈러라는 이름값과 함께 AI 반도체 시장의 경쟁 구도가 어떻게 바뀌는지 보는 데는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