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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종목 - 광통신 관련주

CPO(Co-Packaged Optics)가 뭐야? — AI 시대의 핵심 기술을 한 번에 정리한다

by blade 2026. 5. 6.

황 젠슨이 꺼낸 이야기

GTC 2025(2025년 3월),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CPO를 키노트 무대에서 직접 꺼냈다. Spectrum-X와 Quantum-X, 두 가지 CPO 기반 실리콘 포토닉스 스위치를 공개하면서 한 마디를 남겼다.

"AI 팩토리는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센터다. 네트워크 인프라가 그에 맞게 재발명돼야 한다."

GTC 2026(2026년 3월)에서는 2028년 Feynman 아키텍처에 NVLink 8 CPO 스위치를 탑재할 로드맵을 공개하며 "구리도, 광학도 용량이 훨씬 더 필요하다(We need capacity)"고 강조했다. 왜 황이 이 기술에 이렇게 힘을 싣고 있는지는 바로 아래에서 설명한다.


1. 일단 기본 개념부터 — CPO가 뭔가?

CPO는 Co-Packaged Optics의 약자다. 한국어로는 '광전 소자 집적 패키징'이라고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원어 그대로 'CPO'라고 부르는 게 일반적이다.

핵심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반도체 칩과 광학 부품(빛을 이용해 데이터를 주고받는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 안에 함께 넣는 기술이다.

여기서 "광학(Optics)"이란 전기 신호 대신 빛(광신호)을 써서 데이터를 전송하는 방식을 말한다. 광케이블이나 광통신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다면 같은 맥락이다.


2. 왜 이게 필요해졌나? — 전기 신호의 한계

지금까지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 안에서 데이터를 주고받는 방식은 대부분 전기 신호(구리 배선)에 의존했다. 전선으로 전기를 흘려보내 데이터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세 가지 문제가 있다.

① 속도 한계

전기 신호는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질수록 신호 품질이 떨어진다. 고속 데이터를 먼 거리로 보내기 어렵다.

② 전력 소비

전기 신호로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려면 그만큼 전력이 많이 든다. 황 젠슨은 GTC 2025에서 구체적인 숫자를 제시했다. GPU 1개당 트랜시버 6개가 붙고, 각각 30W를 소비한다. GPU 100만 개 규모 클러스터로 가면 트랜시버 전력 소비만 180MW — 데이터센터 하나가 통째로 트랜시버 전기료로 나가는 수준이다. 황은 "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표현했다.

③ 발열

전기가 많이 흐를수록 열이 많이 난다. 서버 냉각 비용이 올라가고, 장비 수명도 줄어든다.

AI가 발전하면서 데이터센터 안에서 주고받아야 하는 데이터량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전기 신호만으로는 이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3. 광신호가 해결책인 이유

빛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면 전기 신호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

항목 전기 신호(구리) 광신호(빛)
전송 속도 상대적으로 느림 매우 빠름
전력 소비 높음 낮음
발열 높음 낮음
전송 거리 짧을수록 유리 긴 거리에도 유리

광신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인터넷 백본망(대규모 통신 기간망)에 쓰이고 있다. 문제는 서버 내부, 즉 칩과 칩 사이처럼 아주 짧은 거리에서는 광학 부품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유는 하나다. 광학 부품이 칩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4. 기존 방식 vs CPO — 뭐가 달라지나?

기존 방식 : 플러그인 광학 모듈 (Pluggable Optics)

기존에는 광학 모듈을 칩 바깥쪽 패널에 꽂는 방식(플러그인)을 썼다. 스위치나 서버 장비 뒤쪽에 꽂혀 있는 광케이블 단자를 떠올리면 된다.

이 방식은 칩에서 나온 전기 신호가 → 보드를 타고 이동 → 광학 모듈에 도달 → 그제야 광신호로 변환되는 구조다. 신호가 이동하는 경로가 길고, 중간에 전력 손실도 크다.

[CPU/스위치 칩] --전기 신호--> [보드 배선] --전기 신호--> [외부 광학 모듈] --광신호--> [외부]

CPO 방식 : 칩과 광학 부품을 한 패키지로

CPO는 광학 엔진(전기 신호를 광신호로 바꿔주는 부품)을 칩 바로 옆에 붙여 하나의 패키지 안에 넣는다. 신호가 이동하는 거리가 극적으로 줄어든다.

[CPU/스위치 칩 + 광학 엔진 → 하나의 패키지] --광신호--> [외부]

이렇게 하면 전력 소비를 최대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에서 전기료 비중이 매우 높다는 걸 생각하면, 이건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비용 구조 자체를 바꾸는 이야기다.


5. 어디에 쓰이나? — AI 인프라가 핵심

CPO가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스위치다.

AI 모델을 학습시키거나 추론할 때는 수백, 수천 개의 GPU가 동시에 연결되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서로 주고받아야 한다. 이 GPU들을 연결하는 핵심 장비가 바로 네트워크 스위치다.

스위치 성능이 병목이 되면 GPU가 아무리 빨라도 전체 시스템 성능이 느려진다. 그래서 고속·저전력 통신이 가능한 CPO 기술이 차세대 스위치의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주요 적용 분야

  • 대규모 AI 학습용 클러스터 (하이퍼스케일러 데이터센터)
  • 고성능 네트워크 스위치 (400G/800G/1.6T급)
  • AI 추론 서버 내부 통신

6. 어떤 기업이 관련되어 있나?

CPO는 여러 레이어의 기업이 얽혀 있는 기술이다. 레이어별로 나눠보면 이렇다.


레이어 ① — 스위치 칩 설계 (Switch Silicon)

CPO의 핵심은 네트워크 스위치 칩이다. 이 칩을 설계하는 기업이 CPO 생태계의 주도권을 쥔다.

기업 역할 포지션
브로드컴(AVGO) 네트워크 스위치 칩 설계 시장 지배적 사업자. 하이퍼스케일러(대형 클라우드) 소켓의 대다수를 점유. 2025년까지 CPO 스위치 5만 대 이상 출하
엔비디아(NVDA) GPU + 자체 스위치 칩(Spectrum-X) GTC 2025에서 자체 CPO 실리콘 포토닉스 스위치를 공개하며 시장 진입 선언
마벨(MRVL) 스위치 칩 + CPO용 DSP Teralynx 샘플링으로 브로드컴·엔비디아에 대안 제공. 2025년 12월 Celestial AI를 최대 55억 달러에 인수하며 광학 인터커넥트 강화
인텔(INTC) 실리콘 포토닉스 자체 기술 보유 자체 파운드리 기반 광학 기술 개발 중

브로드컴과 엔비디아가 하이퍼스케일러 CPO 소켓 대부분을 선점하고 있는 구도다.


레이어 ② — 광학 부품·모듈 (Optical Components & Modules)

CPO 패키지 안에 들어가는 광학 엔진을 만드는 기업들이다. 전기 신호를 빛으로 바꾸는 핵심 부품(레이저, 변조기, 수광 소자 등)을 공급한다.

기업 역할 마켓쉐어 / 포지션
Coherent(COHR) 광학 트랜시버·레이저·실리콘 포토닉스 광학 트랜시버 시장 점유율 약 25% (2025년 기준 1위). FY2025 매출 58억 달러(+23% YoY). 엔비디아 Spectrum-X 플랫폼의 공식 협력사
Lumentum(LITE) EML 레이저·광학 모듈 200G-per-lane EML(고속 레이저 소자)을 볼륨 기준 유일하게 양산 중인 기업. 1.6T 트랜시버의 핵심 부품 공급. CEO가 2026년을 "레이저 칩 판매 도약의 해"로 지칭
Innolight(중지 Innolight, 비상장) 800G 광학 모듈 중국계 독립 기업. 고볼륨 400G/800G 모듈 시장의 세계 1위 수준. Coherent와는 경쟁·협력 관계
Sumitomo Electric 64-fiber 커넥터·광학 부품 고밀도 광섬유 커넥터 분야에서 점유율 방어 중

Coherent는 규모(볼륨)의 강자, Lumentum은 고성능 부품(EML)의 강자로 포지션이 나뉜다. 두 기업 모두 CPO 생태계에서 겹치는 영역이 있지만, 경쟁보다는 각자의 전문 영역에서 공급망 내 포지션을 굳히고 있다.


레이어 ③ — 패키징·제조 (Advanced Packaging & Contract Manufacturing)

CPO는 칩과 광학 부품을 하나의 패키지에 통합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첨단 패키징 능력이 핵심이 된다.

기업 역할 포지션
TSMC(TSM) 첨단 패키징(COUPE 플랫폼) 엔비디아 CPO 패키징 기반 제공. TSMC 회장이 실리콘 포토닉스를 "More-than-Moore" 핵심 축으로 공식 지목
Fabrinet(FN) 광학 부품 위탁 제조·조립 Lumentum·Coherent 등의 트랜시버와 광학 부품 조립·테스트를 대행. 광학 업계의 파운드리 역할

레이어 ④ — 네트워크 장비 (Network Equipment)

CPO 기반 스위치를 실제 데이터센터에 납품하는 장비 기업들이다.

기업 역할
아리스타 네트웍스(ANET) AI 데이터센터용 네트워크 스위치 공급
시스코(CSCO) 엔터프라이즈·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주니퍼(JNPR) 고성능 라우터·스위치

겹치는 기업 정리

CPO 생태계에서 여러 레이어에 걸쳐 있는 기업이 몇 곳 있다.

기업 겹치는 레이어 설명
브로드컴(AVGO) 칩 설계 + 광학 부품 EML(레이저 소자) 시장에도 참여 중. 스위치 칩 + 광학 부품을 수직 통합하려는 전략
엔비디아(NVDA) 칩 설계 + 패키징 GPU 지배력을 활용해 자체 CPO 스위치 개발. TSMC COUPE 패키징과 묶어 번들 제공
마벨(MRVL) 칩 설계 + 광학 부품 DSP 칩 + Celestial AI 인수로 광학 인터커넥트까지 확장
Coherent(COHR) 광학 부품 + 제조 트랜시버 모듈부터 레이저 소자까지 수직 통합 구조

핵심은 수직 통합 경쟁이다. 브로드컴·엔비디아·마벨은 칩에서 광학까지 직접 가져가려 한다. 기존 광학 모듈 전문 기업들(Coherent, Lumentum)은 CPO 전환 과정에서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대형 칩 기업들의 내재화 압력도 받고 있다.


국내 기업

국내에서는 삼성전자LG이노텍 등이 광학 부품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간접적으로 연결된다.


🔴 쇼티지(공급 부족) 이슈 — 레이어별 체크

CPO 공급망에서 현재 실제로 쇼티지가 발생 중인 구간이 있다. 레이어별로 정리한다.

레이어 기업 쇼티지 여부 내용
① 스위치 칩 브로드컴·엔비디아·마벨 ✅ 간접 영향 수요 급증으로 CPO 스위치 납기 지연. 직접 쇼티지보다는 수요 초과 상태
② 광학 부품 Lumentum(LITE) 🔴 심각 200G EML 세계 유일 양산 기업. InP 레이저 생산량이 향후 32개월치 전량 선할당 완료. 용량 12배 증설에도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
② 광학 부품 Coherent(COHR) 🟠 부분적 EML 자체 생산이 부족해 Lumentum으로부터 EML을 역구매 중. 고출력(UHP) 레이저 개발에서 Lumentum 대비 약 2년 지연 추정
② 광학 부품 Sumitomo·Mitsubishi 🟡 관찰 중 EML 대체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으나 볼륨 생산 능력 제한적
③ 패키징 TSMC 🟡 간접 영향 CoWoS 등 첨단 패키징 전반의 수요 압박. CPO 전용 COUPE 플랫폼 용량 확장 중
③ 패키징 Fabrinet ✅ 수혜 쇼티지 수혜주. 조립·테스트 수요 급증
④ 장비 아리스타·시스코 ✅ 간접 영향 광학 부품 수급 지연으로 CPO 스위치 납기 불확실성 존재

쇼티지의 핵심 원인 : EML(전자흡수 변조 레이저) 병목

EML은 CPO와 차세대 광학 트랜시버 모두에 들어가는 핵심 레이저 소자다. 문제는 이 부품이 만들기 극도로 어렵다는 점이다.

  • 인듐포스파이드(InP)라는 희귀 소재 기반으로 제조
  • 수율(정상 제품 비율)을 높이기 어려워 생산량이 제한적
  • 공급 가능한 기업이 전 세계에 손에 꼽는 수준

엔비디아는 자사 CPO 출시를 앞두고 Lumentum·Coherent의 EML 생산 용량을 2027년 이후까지 선점 계약으로 잠가버렸다. 이 때문에 다른 광학 모듈 기업들과 하이퍼스케일러들이 대체 공급처를 찾아 나서고 있다.

2026년 기준으로 EML 공급은 수요 대비 크게 미달하는 상황으로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800G 트랜시버는 2027년까지, 1.6T 트랜시버는 2029년까지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자 관점에서 보면, Lumentum은 쇼티지의 직접 수혜 기업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가격 협상력이 강해지고, 2026년 200G EML 단가가 두 자릿수 퍼센트 인상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보고 있다. 엔비디아가 Coherent·Lumentum 각각에 20억 달러를 직접 투자하고, 별도로 멀티이어 구매 약정을 체결한 것도 이 공급 병목을 정면으로 해소하기 위한 전략이다.


7. 아직 넘어야 할 산도 있다

CPO가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상용화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① 열 관리 문제
칩과 광학 부품을 한 패키지에 넣으면 열이 집중된다. 광학 부품은 열에 민감해서 정밀한 냉각 설계가 필요하다.

② 교체·유지보수 어려움
플러그인 방식은 모듈이 고장나면 꽂았다 뽑으면 그만이었다. CPO는 칩과 일체형이기 때문에 유지보수가 까다롭다. 다만 최근에는 이 단점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가 진화하고 있다. 고장이 가장 잦은 레이저 광원만 패키지 외부로 빼내는 ELS(External Laser Source) 방식이 그것이다. ELS를 적용하면 레이저 부품만 따로 교체할 수 있어 유지보수 부담이 크게 줄어든다. 엔비디아의 CPO 설계도 이 방향을 채택하고 있다.

③ 표준화 미완성
CPO 관련 업계 표준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았다. OIF(광학 인터넷 포럼) 등에서 표준화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기업마다 다른 규격을 쓰는 상황이다.

이런 이유로 CPO는 2025~2027년을 전후해 본격 상용화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아직 초기 단계라는 뜻이기도 하다.


작성 기준 : 2026년 5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