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중간계 최강의 문명이 있었다. 땅속 깊은 곳에 도시를 세우고,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금속을 캐냈던 드워프들의 이야기다.
1. 드워프는 어떤 존재인가
드워프는 중간계에 사는 종족 중 하나다. 키는 작지만 체격이 단단하고, 전투와 채굴, 공예에 뛰어난 능력을 가졌다.
무엇보다 드워프의 특징은 집착에 가까운 장인 정신이다. 한번 목표를 정하면 끝까지 파고든다. 산을 뚫고, 돌을 깎고, 금속을 두드린다. 이 성향이 드워프 문명을 세상 최고로 끌어올리기도 했고, 결국 무너뜨리기도 했다.
드워프 종족은 일곱 개의 가문으로 나뉜다. 각 가문은 아울레가 처음 만든 일곱 명의 드워프 시조에서 시작됐다.
가문 기원지 주요 왕국
| 긴수염 가문 (두린 가문) | 미스티 산맥 북부 건다바드 | 모리아, 에레보르, 철산 |
| 넓은보 가문 | 에레드 루인 (청산맥) | 벨레고스트 |
| 불수염 가문 | 에레드 루인 (청산맥) | 노그로드 |
| 철주먹 가문 | 동쪽 오로카르니 | 미상 |
| 뻣뻣수염 가문 | 동쪽 오로카르니 | 미상 |
| 검은머리 가문 | 동쪽 오로카르니 | 미상 |
| 돌발 가문 | 동쪽 오로카르니 | 미상 |
7개 가문 중 역사 기록이 남은 건 처음 세 가문뿐이다. 넓은보 가문과 불수염 가문은 청산맥에서 개창하여 각각 벨레고스트와 노그로드라는 거대 도시를 세웠다. 두 도시는 제1시대 말 전쟁에서 무너졌고, 생존자들은 모리아로 합류했다. 나머지 넷은 중간계 동쪽에 계속 머물렀지만, 톨킨이 이름과 위치 외에는 거의 서술하지 않았다. 이름만 있고 이야기는 없는 셈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강력하고 유명한 가문이 바로 긴수염 가문, 즉 두린 가문이다. 두린 가문의 본거지가 바로 **모리아(크하잣둠)**다.
2. 모리아란 어떤 곳인가
모리아의 정식 이름은 크하잣둠이다. 드워프 언어로 "위대한 땅굴"이라는 뜻이다. 모리아는 나중에 엘프들이 붙인 이름으로, "검은 구덩이"를 의미한다.

위치는 미스티 산맥 한가운데다. 산 전체가 사실상 하나의 거대한 도시다. 내부에는 수백 킬로미터에 달하는 터널과 대규모 홀, 다리, 계단이 이어진다.

영화 《반지의 제왕: 반지 원정대》에서 원정대가 통과하는 그 거대한 광산 도시가 바로 모리아다. 발린의 무덤이 있는 홀, 두린의 다리, 바로크 전투가 벌어진 장소들이 전부 모리아 안에 있다.

전성기 모리아는 단순한 광산이 아니었다. 수만 명의 드워프가 거주하는 지하 문명 그 자체였다.
3. 모리아가 강했던 이유 — 미스릴
모리아가 중간계 최강의 드워프 왕국이 된 핵심 이유는 단 하나다. 미스릴(mithril) 때문이다.

미스릴은 모리아에서만 나오는 희귀 금속이다. 특성이 독특하다.
- 철보다 가볍다
- 강철보다 단단하다
- 녹슬지 않는다
- 가공이 가능하다
이 금속으로 만든 갑옷과 무기는 중간계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었다. 영화에서 프로도가 입고 다니는 미스릴 사슬 갑옷이 대표적인 예다. 그 갑옷 하나가 샤이어 전체를 살 수 있는 가치라는 대사가 나올 정도다.


미스릴은 곧 경제력이었다. 드워프들은 미스릴을 채굴하고 가공해서 엘프, 인간 등 다른 종족에게 팔았다. 중간계 교역망의 핵심에 모리아가 있었다. (그런데 영화나 소설을 뒤져봐도 미스릴을 이용한 무기나 갑옷은 빌보의 갑옷을 제외하곤 찾을 수 없다. 나만 못 찾는건가)
전성기 두린 가문은 이 미스릴 독점 공급권 하나로 중간계 최고 부자 반열에 올랐다.
4. 망한 이유 1 — 욕심이 너무 깊었다
문제는 미스릴 광맥이 점점 깊은 곳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산 중간 정도에서 미스릴이 나왔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광맥은 더 깊은 지하로 내려갔다. 드워프들은 멈추지 않았다. 더 많은 미스릴을 캐기 위해 계속 파고 내려갔다.
이게 드워프 특유의 성향이다. 목표가 생기면 멈추지 못한다. 더 깊이, 더 많이, 더 빠르게.
결국 그들은 너무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갔다.

5. 망한 이유 2 — 발로그를 깨웠다
모리아의 붕괴는 발로그(Balrog) 를 깨우면서 시작됐다.
발로그는 모르고스(중간계 최초의 어둠의 군주)가 타락시킨 마이아르이다. 쉽게 말해 타락 천사이며, 불과 어둠으로 만들어진 고대의 악령이다. 원래는 선한 존재였지만 모르고스에게 포섭되어 타락했다.

원래 발로그는 여럿이었다. 제1시대에는 모르고스의 핵심 전력으로 군단을 이루고 있었고, 대장은 고스모그(Gothmog) 였다. 고스모그는 제1시대 최강의 발로그로, 엘프의 영웅 여럿을 직접 쓰러뜨렸다. 발로그의 정확한 수는 톨킨도 여러 번 말을 바꿔 확정되지 않았지만, 후기 기록에서는 수십 정도로 묘사된다. 제1시대 말 분노의 전쟁에서 대부분 소멸했고, 모리아의 발로그처럼 극소수만 땅속 깊은 곳으로 도망쳐 숨었다. 마이아이므로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영화 내내 말은 한 마디도 안 한다.
이 발로그 하나가 드워프 군대 전체를 상대로 싸울 수 있는 전투력을 가졌다. 발로그는 수천 년 전 모르고스가 패배할 때 도망쳐 땅속 깊은 곳에 숨어 있었다. 드워프들이 미스릴을 캐러 계속 파고 내려가다가, 바로 그 발로그가 잠들어 있던 곳에 도달했다.
발로그가 깨어났고, 모리아는 끝났다.
드워프 왕 두린 6세가 직접 이 발로그에게 죽었다. 이후 드워프들은 발로그를 "두린의 재앙"이라 불렀다. 군대를 동원해 싸워봤지만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생존자들은 모리아를 버리고 탈출했다.
6. 망한 이유 3 — 두린의 저주 (드래곤의 개입)
모리아가 무너진 뒤에도 드워프들은 미스티 마운틴에서 에레보르를 세워서 다시 일어섰다. 에레보르도 커다란 지하 도시로, 풍부한 금과 보석을 자랑했다.

하지만 두린 가문은 그곳에서 또 다른 재앙을 만났다. 바로 스마우그(Smaug) 다. 그러고보면 두린 가문은 참 운이 없다.

스마우그는 제3시대 기준 중간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인 드래곤이다.
스마우그는 에레보르를 습격해 드워프들을 쫓아내고, 그 보물 전부를 혼자 차지했다. 드워프들은 또다시 왕국을 잃고 유랑 생활을 시작했다.
이게 《호빗》 이야기의 출발점이다. 토린 오켄쉴드 일행이 에레보르를 되찾으러 나서는 여정이다.
7. 다시 모리아를 되찾으려 했지만
《반지의 제왕》 시대로 넘어오면, 드워프들은 모리아 탈환을 시도했다.
발로그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리아가 버려진 지 수백 년이 지난 시점이었고, 발로그가 깊은 곳에 숨어 있어 "어쩌면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희망이 있었다. 조상의 땅과 미스릴 광맥을 되찾겠다는 집착도 판단을 흐렸다.
발린이 이끄는 드워프 원정대가 모리아에 들어갔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일부 구역을 정리하고 거주지를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오크 무리와의 전투에서 전멸했다. 발린도 죽었다. 원정대 전원이 목숨을 잃었다.

프로도 일행이 모리아를 지나면서 발린의 무덤을 발견하는 장면이 바로 그 흔적이다.
8. 드워프 문명 흥망사를 요약하면
시기 사건
| 전성기 | 모리아에서 미스릴 독점 채굴, 중간계 최강 문명 |
| 1차 몰락 | 발로그 각성, 두린 6세 사망, 모리아 포기 |
| 재건기 | 에레보르에 새 왕국 건설 |
| 2차 몰락 | 스마우그 습격, 에레보르 함락, 유랑 시작 |
| 재탈환 | 토린 원정대가 에레보르 탈환 (호빗 이야기) |
| 모리아 재진입 실패 | 발린 원정대 전멸 |
9. 결국 드워프가 망한 이유
드워프 문명의 몰락은 외부 적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욕심이 재앙을 불렀다. 미스릴을 더 캐려고 너무 깊이 팠고, 발로그를 깨웠다. 에레보르에 보물을 쌓다 보니 스마우그가 노렸다.
드워프의 강점인 집착과 장인 정신이, 동시에 약점이기도 했다. 멈춰야 할 때 멈추지 못했다.
물론 발로그나 스마우그처럼 어떤 종족도 감당하기 어려운 존재를 상대한 것도 있다. 드워프만 특별히 나빴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위험에 가까워진 건 결국 드워프 스스로였다.
마치며
모리아는 지금도 중간계 어딘가에 있다. 발로그가 죽은 뒤(간달프가 무찌른 뒤), 모리아는 다시 비어 있다.
언젠가 드워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스릴 광맥은 아직 거기 있을 테니까.
중간계 역사에서 드워프만큼 극적인 흥망성쇠를 겪은 종족은 없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왕국을 잃었고, 두 번 모두 재건을 시도했다. 그 끈질김만큼은 어떤 종족도 따라오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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